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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10여명에 수억 줬다” 진술 확보/검찰 정치권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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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10여명에 수억 줬다” 진술 확보/검찰 정치권 수사

입력
199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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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 조사뒤 곧바로 정치인 소환할듯/사실관계·자금성격 규명후 선별처리검찰의 한보 수사태풍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여야 실세 정치인 10여명에게 선거자금과 인사치레 명목으로 수억원씩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은 특히 홍인길·권노갑 의원의 금품수수 보도와 관련,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아는 바 없다』면서도 정씨의 진술여부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혀 정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중수부장은 또 『수사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이들을) 부르겠다』고 말해 은행장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정치인 소환조사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검찰은 이날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을 구속한데 이어 나머지 은행장들도 곧바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정태수씨와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 등 한보 임직원들을 통해 비자금 조성내역을 상당부분 파악하고 사용처를 집중 추궁해왔다. 정씨는 이번주 들어 굳게 닫힌 입을 열기 시작, 이미 정·관계 인사 수십명에게 정기적으로 수천만∼수억원의 돈을 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씨의 진술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며 수사가 상상외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더구나 이날 권의원이 금품수수 사실을 공식 시인함에 따라 정치인들의 한보 관련설은 이제 설차원이 아니라 메가톤급 시한폭탄으로 현실화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치인들이 받은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중수부장이 『진상을 알아보고 (정치인들을) 부르겠다』고 말한 것은 돈의 성격을 규명한 뒤 소환대상자를 선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정총회장으로부터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도 겉으로는 『정치인 수사는 아직 착수하지도 않았다』며 연막을 쳐왔다. 검찰은 그 사이 사법처리 수위와 대상자를 신중하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주변에선 청와대에서 이미 민주계 실세 2명을 사법처리대상으로 정해 검찰에 통보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은 또 야당 핵심인사 2, 3명의 혐의를 잡고 소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도 무성하다.

검찰은 그러나 전날 소환된 은행장들이 한결같이 대출외압사실을 부인했다며 정치인들의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정치자금이나 「떡값」명목으로 받았을 경우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돈을 받은 정치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정치인 외에도 재경원과 통산부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이 당진제철소 인허가와 은행대출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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