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 모니카 AFP UPI=연합】 미국 캘리포니아주 민사재판 배심은 4일 전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50)에게 전처 니콜 브라운과 브라운의 애인 로널드 골드먼의 살해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이날 심슨의 범행 동기와 가능성에 대한 원고 골드먼 가족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심슨이 골드먼의 양친에게 850만달러(약 74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배심원단은 심슨에게 손해배상금과 별도의 징벌배상금을 부과할지에 대한 심리를 6일부터 시작한다.◎사실상 ‘살인자’ 전락/소송 3년에 파산 직면
『살인에 책임이 있다』
미 샌타 모니카 법정을 메운 방청객사이에서는 배심원의 평결이 읽혀지는 순간 희비가 교차했다. O J 심슨을 상대로 전처 니콜 브라운 및 그의 애인 살해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 가족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서로를 껴안은 반면 심슨은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 95년 10월 「세기의 재판」끝에 살인 혐의를 벗었던 심슨이 사실상의 「살인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민사재판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 묵비권을 제한하는 진행방식에 따라 처음으로 증언대에 선 심슨의 일관성 잃은 증언과 잇따른 새 증거들로 인해 그의 패배가 일찌감치 예견된 때문이다. 특히 심슨측이 조작으로 몰았던 「브루노 말리」 신발 사진은 사건 당일 그가 이 신발을 신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진 30장이 더 제시돼 그의 결백주장에 큰 구멍을 냈다. 또 후지사키 히로시 재판장은 심슨측이 형사재판을 유리하게 전개하는데 썼던 인종차별 전략의 도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재판이 열린 샌타 모니카가 백인지역이라는 점도 심슨에게 불행을 예고했다. 형사재판은 흑인들이 배심원의 주축을 이룬데 반해 이번에는 배심원 12명중 백인이 9명으로 압도했다.
그렇다고 이번 평결로 심슨이 살인범이 된 것은 아니다. 단지 도의적 책임과 금전적 배상 책무만 진다. 하지만 엄청난 보상금으로 인해 재정파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프로 미식축구선수와 스포츠해설자, 모델, 영화배우로 활동한 심슨의 재산규모는 약 1,08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94년 사건이후 3년간 송사에 휘말리며 거의 탕진하고 무일푼 신세가 됐다. 형사재판 당시 초일류로 이뤄진 변호사 「드림팀」구성에 300만∼600만달러가 들고 이번 재판의 변호사 비용만도 1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심슨은 전기를 펴내 100만달러의 인세를 받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택마저 300만달러에 저당 잡힌 신세다. 결국 심슨은 전처를 죽이고 땡전 한푼 없는 심신 파산자가 돼 수형 생활보다 더 힘든 삶을 살게 됐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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