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쟁의 영웅은 그 민족이 마침내 독립의 꿈을 이룬 순간 동족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되는 예가 적지 않다. 건국과정에 있기 쉬운 내분 때문이다. 요즘 시중에 상영중인 영화 「마이클 콜린스」가 그런 얘기다.대영제국의 압제를 벗어나 자주독립하려는 아일랜드인의 투쟁이 본격화한 것은 1916년 4월의 부활절 무장봉기가 그 기점이다. 이후 6년간의 유혈투쟁끝에 영국자치령으로의 부분독립안이 성립되지만, 북아일랜드의 분할통치와 외교·군사부문의 예속에 반대하는 강경파가 의회를 탈퇴해 내전이 시작된다.
10년동안의 내전은 32년 발레라가 정권을 장악한 뒤 완전독립을 선언하는 것으로 끝나고, 나치독일의 위협에 직면한 영국도 하는 수 없이 이를 승인한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역사를 기술한 백과사전 어디에도 독립영웅 콜린스의 얘기는 없다.
영화는 영국이 타협안을 내놓기까지 아일랜드 민족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 실은 콜린스였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는 부분독립안을 거부하고 떨어져 나간 발레라와 내전종식협상을 하러 가다가 암살당하고 만다. 민족을 뜨겁게 사랑한 그는 바로 그 겨레사랑 때문에 권력탈취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상대방의 정략에 말려 비극적인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지난 27일의 체첸자치공화국 대통령선거에서 러시아로부터 잠정독립을 쟁취해 낸 마스하도프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경제재건사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 역시 당장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정략에 몰려 희생될 위험이 있다.
이상주의자는 권력투쟁의 수라장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간계와 모략이 난무하는 현실정치에 어둡기 때문이다. 콜린스가 그랬고, 우리의 백범이 그랬다.
민중은 그들의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생명을 지켜 주지는 않는다. 「정의로운 일은 그 일 자체로 이미 하늘의 상을 받은 것」이기 때문일까.<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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