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이 파업정국으로까지 꼬인 데에는 여야와 노사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오늘의 난국은 따지고 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과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 없이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구차한 행동이 빚은 산물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여는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하여 왔으며, 야는 반사이익이나 얻으려는듯 기회주의적 자세를 견지하였다. 노는 경제상황의 변화를 외면한 채 감성적인 투쟁으로 일관하여 왔으며, 사도 뼈를 깎는 자기혁신 없이 국가경쟁력 저하의 책임을 노에게 전가하는 우를 범하였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파업정국을 겪고나서도 여야와 노사의 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주요 회원국과 아시아 13개국 등 총 37개국을 대상으로 한 와튼경제연구소(WEFA)의 국가위험도조사 보고서는 노동법 재론의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배후요인이라 할 수 있는 기업가의 의욕과 정치·사회의 안정성, 국내금융시장의 안정성, 노사관계 등에서 우리나라는 37개국중 최하위권(31위)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경쟁력 확보의 관건은 정책의 조화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노동법만 손질하면 국가경쟁력을 저절로 강화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논리로 고용안정도 노동법 자체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현실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고용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96년 국내기업의 국외투자는 60억달러였으나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32억달러에 그쳐 그만큼 고용 창출면에서 우리나라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기업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미국이 정보통신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조정하여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은 데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동법을 손질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미래산업사회에 적합한 우리 경제의 발전모형을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국가와 노동자, 기업간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에서 첫단추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고용불안에 따른 노동자의 생존권 요구를 정치적 제약요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필요재원은 모든 국민이 분담하는 구체적 실천전략을 세워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고용창출을 위한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노동자의 소득안정과 삶의 질 유지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Safety Net)구축에서 노동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명지대 교수·경제학>명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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