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국민들에게는 기백·기천만원을 융자해 주는데도 한없이 까다롭게 구는게 은행들이다. 그런 은행들이 재벌에게는 무엇 때문에 그처럼 얕보였기에 담보물건의 수십, 수백배에 해당하는 특혜 융자를 해줄 수 있었느냐는 데 지금 국민들은 분노와 실망과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는, 그런 때이다.이런 때일수록 행정을 책임맡고 있는 고위공직자와 지자체의 장인 시·도지사들은 실의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일에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하물며 한 지방도의 도지사가 오는 8일 설날에 대비해 「설날 선물 계획표」까지 마련해 공무원들로 하여금 선물을 전달할 인사의 명단작성과 선물 구매 그리고 포장과 발송업무에 매달리게 했다는 보도다.
이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듣는 우리는 명절때마다 공무원들은 선물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는 정부의 엄명이 도지사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아무리 민선지사라 해도 중앙정부가 부정부패척결 차원에서 「명절선물 금지」 훈령을 내렸다면 그 취지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정부의 영을 지사가 앞장서 어긴다면 도지사 산하의 기관과 공직자가 지사의 영을 무시할 때 어떻게 다스리겠다는 것인가.
이 어려운 시국에 경제학자 출신의 민선지사가 구태중의 구태인 「설날 선물 보내기」나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시대 변화를 전혀 모르는 지자체장이라는 비판을 면키도 어렵다.
물론 도지사 입장에서는 평소 도정에 협조하고 조언을 해줘 신세를 졌다고 생각되는 각계 인사들에게 명절을 맞아 고맙다는 정을 표시하기 위해 큰 돈 안드는 선물을 마련했을 뿐이라는 변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유종근 지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선물마련에 이어 두번 잘못을 저지르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물계획표에 드러난 선물을 받을 대상자들부터가 보통 시민들이 생각할 때는 순수한 고마움에서 선물을 보낼 대상들로 보기가 어렵다. 장·차관 12명, 유지사 소속정당의 국회의원 79명, 도의원 58명, 특정정당의 시·군대의원 1,502명 등 절대다수의 선물을 받을 대상자들이 유지사의 정치활동과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데서 오해를 받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선물 계획표」 내용을 보는 많은 국민들은 도지사가 도예산을 써가며 벌써부터 재선운동을 시작한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갖게 되는 것이다. 3,600여명에게 갈 선물비용이 억대를 넘을지, 못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 과다는 고사하고 도지사의 업무추진비라고 해서 재선비용의 의혹이 있는 일에 마구 쓰여서는 안된다. 도지사의 업무추진비도 도예산의 일부이고 도민의 혈세인 것이다. 그것이 도지사 개인의 재선비용이나 선심용으로 낭비될 명분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같은 예산낭비가 다른 도에는 없는 것일까. 내무부는 서둘러 감독권을 발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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