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핵폐기물 북 반입/흥분과 비판 이면엔 북 경수로건설 추진과 국내 핵폐기물 고민이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문제를 국내 언론은 최근의 굵직한 사건들과 균형을 맞추려는듯 크게 다루고 있다. 환경단체들과 정부가 한 목소리가 되어 대만정부의 처사를 비판하였고, 이를 언론이 증폭시키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대만 총통의 허수아비와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불태우고, 이에 흥분한 대만 국민들도 태극기를 모욕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부도 언론도 그리고 환경단체들도 앞뒤를 가리지 않고 너무 흥분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대만정부와 전력회사를 비난하기 위해 불태운 국기와 총통의 허수아비가 뜻하지 않게 대만 국민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와, 핵폐기물 문제가 자칫 민족간의 문제로 변질될 뻔했다. 다행히 국내의 환경단체들은 그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사과하였다. 우리들의 말과 행동이 대만 및 북한의 자존심에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만과 북한에 대해 국교도 없는 마당에 적절한 견제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불쾌감을 주면 줄수록, 사태는 더욱 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야말로 북한과의 접근, 핵폐기물의 반출, 대만국민의 반한감정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가 대만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북한으로 반출하려고 하자 한국이 벌떼 같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도 대만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은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든지, 북한은 우리 땅이니 우리 땅에 핵폐기물을 반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을 설득하기는 커녕 심히 불쾌하게 만들 논법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주지하는 바와 같이 11기의 원자로를 가동시키고 있으며, 대만보다는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핵폐기물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한국의 핵폐기물은 괜찮고, 북한은 안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대만과 한국이 핵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 때문이며, 그런 반대가 북한에서는 없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핵폐기물 처분장을 만든 경험도 없으며, 처분기술도 검증된 바가 없었다.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을 반대하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경수로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을 반대하면서 이것이 국내의 반핵운동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원자력발전 관계자들의 발언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차제에 한국의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분되어야 하며, 앞으로도 원자력 중심 에너지정책을 고수해야 하는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문제의 핵심은 폐기물 처리 및 관리 기술의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이유의 핵심은 대만 핵폐기물이 한반도의 환경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 그리고 자국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해결하지 못하던 핵폐기물 처리를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하여 싼값을 주고 떠넘기려는 대만정부의 염치없는 행동에 있다.
동아시아의 환경생태를 핵오염으로부터 지켜내고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핵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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