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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불편하지만 딸이니까”/친정어머니­딸 갈등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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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불편하지만 딸이니까”/친정어머니­딸 갈등 늘고있다

입력
199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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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면 참지만 엄마까지”/‘지나친 간섭’­‘친정 무시’/잦아진 친정접촉만큼 마찰요인도 많아져주부 최모(36)씨는 식구가 4명뿐이지만 김장을 50포기 했다. 친정어머니가 『이왕 하는 김에 함께 하라』고 해서 친정 것도 담아 줬기 때문이다. 최씨는 『어머니가 「며느리는 불편하다」며 매번 딸인 나만 불러 집안일을 시키거나 귀찮은 일을 떠넘겨 괴롭다』고 말한다.

친정어머니 하면 흔히 시집살이에 시달리는 딸을 감싸주는 가장 든든한 피난처를 연상한다. 이런 예상과 달리 고부갈등 못지않게 심한 갈등을 겪는 친정어머니와 딸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가정상담소에도 최근 들어 하루 30∼40건 상담 가운데 한 건은 꼭 낄 정도로 모녀갈등은 표면화하고 있다. 이 상담소 김효남 소장은 『딸들쪽에서는 「친정어머니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것을, 어머니쪽에서는 「시어머니만 잘 모시고 친정은 무시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갈등요인이다』라고 들려준다. 고부간에는 예의를 차리지만 모녀간에는 흉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오히려 사소한 일로도 쉽게 언쟁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는 것. 고정옥(35·주부)씨는 『딸의 상황은 물어보지도 않고 불쑥 전화해서 「찾아갈테니 기다리라」거나 「어디에 데려다 달라」는 식의 주문을 할때가 많다. 시어머니가 그러시면 「며느리니까 참아야지」싶지만 「친어머니마저 나를 힘들게 하나」싶어 화가 날때가 많다』고 말한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여권신장으로 친정 접촉이 과거보다 더 많아진 것도 한 몫을 한다. 친정 가까이 사는 맞벌이 주부 김수연(33·공무원)씨는 『가사와 육아를 어머니가 도와주면서 생활비 관리나 장보기까지 일일이 간섭을 하니까 자주 다투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딸을 시집보낸 장모(55)씨는 『딸이 걱정이 되어 자주 찾아가는 편인데 나 몰래 혼자서 집들이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 듣고 대견하다는 생각보다 야속함이 앞섰다』고 말한다.

희생을 당연시하던 어머니들이 딸 키운 대가를 받으려 하기 때문에도 갈등이 빚어진다. 정모(62)씨는 『시부모의 생신이나 시댁행사는 잊지 않고 챙기면서 친정에는 무심한 것이 섭섭하다』고 속마음을 말한다. 지난해 제일제당이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시부모에게는 99.3%가 용돈을 드린다고 응답한 반면 친정부모에게는 7.7%만이 용돈을 챙겼다.

한경애(서울대 농가정학과 교수) 한국가족관계학회 총무는 『모녀갈등은 출가외인이던 딸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풀이한다. 김종옥 가족치료연구소장은 『가까울수록 예의를 갖추는 태도를 딸과 친정어머니 모두 익혀야 할 것』이라며 『나이가 많아 편협해지기 쉬운 어머니보다 딸이 더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7년동안 친정부모와 살면서 육아·가사 등을 의존했던 경험을 「외할머니의 육아법」이라는 책으로 펴낸 정대련(39)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친정 어머니라고 다 알아주겠거니 생각하지 말고 자주 다정한 말을 건네 애정을 표시해야 모녀사이가 돈독해진다』고 설명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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