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확인서 불구 은행 대출 거부/“가능할줄 알았는데” 낙담·울분『내 돈,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어디 대출받을 곳 없습니까』
한보철강 은행관리단이 3일 「신용대출 담보용 채권확인서」발급을 시작했으나 본점 지시가 없다며 거래은행들이 대출을 거부, 협력업체들이 자금마련에 애를 태우고 있다. 더욱이 51대 그룹 계열사가 배서·수취한 어음과 (주)한보 등 타계열사 발행 어음은 채권확인 대상에서 제외돼 설날 자금수요 충족에 비상이 걸렸다.
채권확인서 발급창구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그룹 본사에는 이날 협력업체 임직원 8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만기어음 결제를 위해 연리 24%까지 치솟은 사채를 쓰며 하루하루 버티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채권확인서만 있으면 최소 액면가의 80∼90%를 대출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설레었던 기분도 잠시, 기대는 낙담으로 변했다. 1억7천만원짜리 진성어음 채권을 확인받은 서울기계공업 김만철(48) 이사는 『확인서를 받고 거래은행에 대출을 문의했으나 「통보를 받지 못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는 반응이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보철강에 탈산제를 공급해 온 (주)맥아의 임원도 『거래은행에 연락했지만 「담보없이 대출은 불가능하다」며 바보취급했다』며 『확인서는 휴지조각 아니냐』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은행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진성어음 확인서를 신용담보로 인정한다는 것은 은행장들의 협의내용』이라며 『그러나 각 은행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 해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채권확인서 발급대상이 아닌 (주)한보 등 타계열사 협력업체와 51대 그룹 계열사가 배서·수취한 어음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주)한보 협력업체로 2억원짜리 부도어음이 있는 동진건설 대표 이석영(46)씨는 『설연휴 전에 밀린 임금이라도 지급해야 하는데 (주)한보 협력업체 지원은 전무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주)한보 미수금 15억원, 어음 15억원이 있는 두리건설 이달용(42) 사장은 『왜 한보철강 협력업체만 지원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주)한보 협력업체 임직원 3백여명은 이 날 한보그룹 본사 옥상에서 (주)한보 노조원과 함께 결의대회를 갖고 정부와 은행의 자금지원을 촉구했다.<김관명·김범수·박일근 기자>김관명·김범수·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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