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광범위 포착 증거 보강 단계/정치권 떡값 대가성 확인 박차도검찰이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본격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한보 특혜대출 의혹의 실체가 이르면 이번주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물론 『아직까지 은행장 소환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2일부터 수사 관계자들의 표정에선 변화가 느껴진다. 정태수씨가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3일 현재 검찰수사는 일부 은행장들의 혐의사실을 광범위하게 포착하고 구체적인 증거확보에 치중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은 『수사의 본질적 내용은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에 아무 것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거꾸로 검찰이 의혹의 실체에 상당히 접근해 있으며, 증거를 보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검찰 주변에선 최소한 2, 3명의 은행장이 거액의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검찰이 기대하는 것은 정태수씨의 진술이다. 뇌물사건의 경우 현실적으로 돈을 준 사람의 자백이 없으면 혐의를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은행장의 사법처리 자체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듯하다. 핵심은 은행장 이상의 정부 고위층이나 정치권 인사의 개입여부를 캐내는 것. 검찰은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 등 은행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주거래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뀐 과정 ▲산업은행이 대출을 주도한 이유 ▲지난해 12월이후의 석연치 않은 부도처리 과정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최중수부장은 이 전행장이 검찰수사에서 『모든 대출이 내 책임하에 이뤄졌다』며 외압사실을 거듭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행장의 커미션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기밀이라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해 상당부분 혐의가 드러났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또 정태수씨로부터 상당수 국회의원들에게 명절과 선거때 5백만∼6백만원씩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등 정치인들의 혐의사실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떡값」인지, 아니면 대출과 관련이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경우 돈을 받았더라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은 은행장 수사에서 이 「대가성」을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한보 관계자들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를 확인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대출로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다각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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