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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유적발굴’ 중복투자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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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유적발굴’ 중복투자 물의

입력
199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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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서 이미 92년부터 조사해온 사업/국립중앙박물관 국가차원 추진 발표/예산 낭비·연구 혼선 등 우려 목소리국립중앙박물관(관장 정양모)이 학계에서 주도해오던 몽골유적발굴과는 별도로 동일한 사업을 추진, 물의를 빚고있다. 박물관은 우리문화의 원류찾기사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몽골국립박물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몽골의 신석기, 청동기유적과 무덤 등을 조사·발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이미 단국대 한국민족학연구소(소장 손보기)를 주축으로 한·몽학술조사연구협회가 92년부터 10개년계획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몽골연구자와 관련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몽학술조사연구협회는 92년부터 교육부산하 학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매년 공동학술조사단을 파견, 몽골연구를 이끌어온 유일한 학술단체. 96년도 보고서발간을 앞두고 있는 조사단은 지금까지 동몽골지역의 청동기와 신석기유적을 비롯, 최초로 고구려와 고려의 유물유적을 확인·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학계의 기존연구팀을 배제한 채 몽골유적발굴조사를 벌이는 이유로 국가기관끼리의 체계적인 연구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한영희 고고부장은 『민간차원에서 조사·발굴작업이 진행돼온 것을 알고 있었으나 문화전파경로를 확인하는 장기적인 사업이 필요한데다 몽골측이 국가기관간의 공동사업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합의했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박물관은 오는 5월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해 지표조사를 한 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공동발굴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계는 이에 대해 중복투자일뿐아니라 오히려 연구의 혼선만을 초래하는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문적 성과는 기존연구를 바탕으로 그 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때 가능하고, 더욱이 고고학분야의 특성상 지표조사 등 기본연구를 두번씩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몽학술조사연구협회의 한 연구원은 『중앙박물관이 연구지역으로 잡고있는 동몽골지역은 우리조사단이 그동안 지표조사이후 각종 발굴작업을 진행해온 곳』이라며 『한마디 상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몽골연구자의 수도 많지않을 뿐 아니라 몽골측 연구파트너인 몽골과학아카데미와 이중으로 계약을 맺음으로써 업적경쟁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박물관이 지금이라도 협조를 요청해오면 기꺼이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발굴조사비수입을 늘리려는 몽골측의 속셈과 그곳 사정에 어두운 중앙박물관의 무리한 의욕으로 빚어진 이번 일에 정부차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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