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흑송 4그루 보호소홀로 1그루 고사전남 무안군은 무안반도를 줄기로 삼아 거기서 가지쳐 나온 망운, 해제반도로 이루어진 해안지방 답게 곰솔로 유명하다. 토종 소나무의 일종인 곰솔은 그 잎이 소나무(적송)보다 억센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바닷가에서 잘 자랄 뿐 아니라 줄기의 색깔이 소나무보다 검다고 해서 일명 해송 또는 흑송으로도 불린다.
밤고구마로 널리 알려진 망운고구마의 특산지인 망운면 송현리 바닷가에는 지금도 아름드리 곰솔 3그루가 늠름하게 서 있다. 수령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망운면의 곰솔」은 82년 천연기념물 제269호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4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고사하는 바람에 93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어린이들의 쥐불놀이에 의한 손상등 몇가지가 고사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보호를 소홀히 한 책임은 우리 모두가 져야 한다. 집단서식하는 4그루 중 수형이 가장 크고 아름다웠던 이 나무는 높이 18m, 가지가 동서 18m, 남북 18.5m에 둘레 4.2m의 거목이었다. 고사목을 제외한 나머지 3그루는 지방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망운면의 곰솔」에도 전설이 서려 있다. 400여년전 김해 김씨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 앞에 우거진 어린 곰솔나무숲을 성황림으로 삼아 한해 농사의 풍년을 빌면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원래 당산제는 다른 고장과는 달리 마을 입향일인 음력 7월15일에 올렸다. 이렇듯 노거목에 마을의 평안과 풍년, 자식점지를 기원하는 습속은 나무가 어떤 능력의 보유자라는 것을 인정한 것은 물론이고 자연을 삶의 동반자로 삼았던 조상들의 슬기를 말해준다. 곰솔의 원목은 선박의 재료, 껍질과 꽃가루는 식용, 송진은 약용과 공업용으로 이용된다. 이제는 제주시 아라동(제160호), 전북 익산시 망성면 신작리(제188호), 부산 수영동(제270호), 전주시 삼천동(제355호)의 곰솔만이 천연기념물로 남아 있다.<이기창 기자>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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