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발행·유통시킨 융통어음과 가짜 진성어음이 제2금융권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보철강은 자금난에 몰린 지난해 수천억원대의 융통어음을 집중적으로 발행, 한보철강의 신용도만 믿고 이를 할인해 줬던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 상호신용금고 종합금융사 등 일부 업체는 도산마저 우려되고 있다.1일 검찰과 금융계에 따르면 한보철강은 지난해 은행권 자금차입이 한계에 이르자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 신용금고 사채업자 등에게 수천억원대 융통어음을 발행, 유통시켜 자금을 조달했다. 진성어음은 물품거래와 함께 물품대금 대신 발행·결제하는데 비해 융통어음은 물품거래 없이 단지 돈을 빌려쓰기 위해 발행하는 차용증서와 같은 것으로, 발행업체가 부도날 경우 보상받을 길이 없다. 진성어음은 발행업체가 부도나더라도 정부와 거래은행이 대출로 전환해주고 기업이 정상화하면 돈을 찾을 수 있다.
이들 금융사들은 당시만 해도 「정부가 한보철강같은 큰 기업을 부도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한보철강의 융통어음을 받고 돈을 내줘 피해를 보게 됐다. 이들 금융사들은 『정부와 채권은행 등이 수시로 한보철강은 부도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피해업체가 더욱 늘어났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금융사 중에도 지방종금사와 파이낸스 할부금융사 등은 신용도가 낮은 지방기업체보다 한보철강의 어음이 훨씬 신용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한보철강의 융통어음을 거리낌없이 할인해줘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측은 융통어음의 할인금리가 연 19%대로 높고 진성어음의 할인금리는 연 10∼14%대로 낮다는 점을 이용, 일부 융통어음에 가짜 세금계산서를 붙여 진성어음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나 한보철강의 가짜 진성어음을 받은 금융사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또 융통어음을 할인할 때 은행의 지급보증서를 받아놓으면 보증은행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도 지급보증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고스란히 돈을 떼이게 됐다. 제일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제2금융권에 돌아온 한보철강의 여신 1조8,000억원 가운데 6,600억원가량이 지급보증이 없어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종금사 관계자는 『은행은 융통어음을 할인할 수 없도록 돼 있어 한보의 융통어음 발행에 따른 피해가 제2금융권에 집중됐다』며 『사채업자 등 신분노출을 꺼려 나타나지않는 채권자들의 피해액까지 포함하면 한보의 융통어음 발행에 따른 피해는 1조원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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