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치했으나 현지정부서 철거사이판 「한국인 수중 고혼 위령비」가 다시 설치된다.
위령비는 44년 만주로 강제징용됐다 사이판으로 이동중 폭격으로 수장당한 한인 2,000여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국레저이벤트협회(회장 윤상필)가 지난해 2월27일 설치했다. 그러나 6개월만인 지난해 9월 사이판 북서해안 해저 난파선에 설치된 가로 30㎝, 세로 40㎝ 크기의 위령비가 갑자기 사라졌다. 「수중 추념비」를 세운 일본인 소행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나돌았다.
위령비는 누가, 왜 제거했을까. 1일 해외희생동포추념사업회(회장 이용택 전 국회의원) 사이판지부에 따르면 위령비는 미국령 사이판정부가 철거했다.
미국은 사이판 주변 해저에 침몰된 선박 등이 귀중한 승전기념품이라며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수중, 그것도 해저 침몰선박에 위령비를 부착할 경우 사이판정부와 미국 해안경비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레저이벤트협회는 지난해 2월 이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위령비를 설치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 때문에 미국 해안경비대가 해저유물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항의, 사이판정부가 서둘러 위령비를 떼냈다는 것이다.
두 단체는 이에 따라 최근 호놀룰루에 있는 미국 해안경비대 태평양지역 본부와 사이판정부에 신청서류를 내는 등 위령비 재설치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두 단체는 한인들이 사이판에서 숨졌다는 증거로 『만주 징용 한인 2,000여명이 탄 선박이 44년 사이판해역에서 폭격받아 침몰, 한인들이 모두 숨졌다』는 77년 4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증언과 각종 유품 등을 함께 제출했다. 이회장은 『3월초 사이판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수중 위령비를 다시 세워 원혼들을 위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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