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보고후 규정… 윤곽 파악한듯/“통탄… 나라 장래가 암담” 속마음 토로도김영삼 대통령은 1일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김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보사태는 전형적인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전날(1월31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김대통령은 『한보 부도사태는 기업의 무리한 사업추진에서 비롯된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루 사이에 김대통령의 발언에 현격한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형 금융사고에서 부정부패로 성격규정이 변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대통령이 한보사태를 권력형비리로 본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수사 초기에 사건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것은 이르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부정부패」라는 언명은 한보사태가 단순한 금융사고가 아닐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로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김대통령은 『통탄스럽다』고 속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아가 김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다』는 말도 했다. 이런 비장한 표현에는 강도높은 수사의지가 담겨있다는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주시해야할 대목은 김대통령이 이날 사정당국의 보고를 받은뒤 한보사태를 부정부패로 규정했다는 사실이다. 김대통령이 이 보고에 전적으로 의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상당부분 참고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김대통령의 말이 일반론이 아니라면, 향후 검찰수사의 폭과 강도는 간단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사정당국이 한보사태의 윤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을 해볼 수 있다.
이처럼 정치권 사정이 임박한 형국인데도 정작 검찰은 금융권수사를 진행중이며 정치권 수사에는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검찰수사의 진도보다 빠르게 정치권 사정이 다가오는데 대해 해석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에대해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사정당국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때 재벌 비자금의 사용처를 조사했고 당시 한보 비자금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비자금의 사용처를 전부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한보 비자금의 흐름은 파악돼있으며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단계만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실제 사정당국 주변에서는 『한보자금을 받은 의원, 금융권 인사, 고위공무원이 수십명에 달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거액대출이라는 특수성으로 미루어, 한보가 권력자나 관계 금융계에 우선적으로 로비를 했다는게 정설이다. 여야 의원들에 대한 로비는 「문제삼지 말아달라」는 식의 입막음 성격이 짙었을 것이어서 처벌대상자는 혐의자 보다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보의 전방위 로비로 보면, 적지않은 의원들이 「유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재경위, 상공위(13대), 건설교통위 등이 주시대상이다. 처벌대상이 한자릿수라는 말도 있고 10명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구체적으로 재경위원중 유력한 여야 의원의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과거 상공위나 건설위원중 몇몇 여야의원들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또한 현역 여당 상임위원장중 한 명의 수뢰혐의가 포착됐다는 「정보」도 나오고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