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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동맥경화’/정부 6조원 공급불구 돈가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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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동맥경화’/정부 6조원 공급불구 돈가뭄 여전

입력
1997.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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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 ‘제2한보’ 우려 대출 기피한보철강 부도이후 정부의 긴급자금 방출 등으로 시중에 자금은 남아도는데 건설업체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자금압박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요주의 기업」들은 대출은 커녕 금융기관의 보증조차 받지 못해 회사채 발행을 못하는 등 사상 최악의 「겨울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시중에 6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으나 공급된 돈이 정작 목마른 기업으로는 흘러들어가지 않아 자금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돈은 남아도는데 돌지않는 자금시장의 동맥경화증이 기업의 목을 바짝 죄고 있다.

1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D개발 A스포츠 등 15개사는 당초 이달중 1,16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은행 증권사 등의 보증을 받는데 실패, 회사채 발행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들 15개사에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30대 재벌그룹 계열사도 상당수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보 부도이후 대기업들도 더이상 「부도 안전지대」에 머물 수 없음을 체감케 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특히 우량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 수수료율을 당초 0.5%에서 최고 1.5%까지 인상, 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다. 동서증권 고경태 기업심사부장은 『한보부도이후 건설 신발 섬유 철강 등을 위험업종으로 분류, 보증을 회피하고 있다』며 『신용보증은 물론 담보를 제공한 경우도 우량기업이 아니면 문전박대 당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보 다음차례는 ○○기업」이라는 악성루머가 퍼지면서 해당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여신이 중단되는 등 자금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피해를 막기위해 악성루머에 대한 강력한 단속방침을 밝혔으나 금융 및 사채시장에서는 「적색기업」명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증권회사 기업금융부장은 『악성루머에 부화뇌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뜬소문이 기업을 쓰러뜨릴 수도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에 대출이나 보증을 기피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한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파이낸스 할부금융 신용금고 등 소형 금융기관들도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전액 회수하는 등 채권확보에 나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구등 일부 지방도시에서는 사채금리가 최고 월 4∼5%대까지 껑충 뛰었고, 한보부도이후 어음부도율은 82년 장영자 사건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안에서는 돈이 남아돌아 시중 실세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3년만기 은행보증 회사채수익률은 한보부도 다음날인 24일 12.08%에서 1일 12.00%로, 하루짜리 콜금리는 12.20%에서 11.50%로 떨어졌다. 통화공급확대로 자금시장은 외견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과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어져 업계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저수지(금융권)와 논(기업)을 연결하는 수로가 막혀 논이 갈라진 마당에 수로는 고치지 않고 물만 퍼붓고 있으니 농사가 제대로 될리가 있겠느냐』며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설직전에 자금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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