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사후 처리와 관련해서 정부 일각에서 국민기업화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검토해 볼만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한보철강에는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주축이 돼서 5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정상가동이 될 때까지 시설비와 운영비로 2조원이라는 거대한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자를 탕감해 준다든지 세금을 깎아주는 등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조치가 불가피하다. 이 모든 것이 국민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보에 들어간 돈이 결국은 나라의 돈이고 국민의 돈이라면 그 주인은 국민이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한보철강을 국민기업화하는 방안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상가동 단계까지 들어가는 7조원(추가지원 2조원 포함)말고도 정부차원의 각종 세제 금융 행정상의 특혜에다가 인수할 때 또 조건을 붙여 제3자에게 이 기업을 인수시킨다면 그 특혜시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보철강의 사후처리와 관련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부작용의 최소화니 조속한 정상화니 하는 명목으로 소유관계를 불투명하게 처리하기 쉬운 점이다. 국민적 희생과 부담으로 기껏 기업을 살려놓고 난 뒤 나중에 정태수씨가 소송을 걸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다거나 엉뚱한 제3자가 특혜를 독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업을 살리는 게 화급한데 그런걸 따질 겨를이 있느냐며 얼렁뚱땅 넘어가면 나중에 반드시 화근이 되는 불씨를 남기게 된다. 차제에 이 기업이 국민적 소유라는 걸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한보를 국민기업화하는 방안은 첫째 대출금을 출자전환해서 정부 재투자기관으로 만드는 방안, 둘째 일정기간 위탁경영 후 주식을 국민주로 매각해서 공기업화하는 방안, 셋째 공기업이 인수해서 자회사로 경영하는 방안, 넷째 포철의 경우처럼 출자전환을 통해 재투자기관으로 만든 다음 국민주 방식으로 공개증자를 해서 공기업화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어느 방안이나 다 문제점이 있고 장점도 있다. 특히 공기업 체제의 비효율성은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또 어떤 이유로도 국민적 희생과 부담을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으로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민적 소유라는 원칙은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공기업의 부실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상화시킨 한국중공업의 경우나 공기업이면서도 어떤 민간기업보다 더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포철의 경우는 한보철강의 정상화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포철 위탁경영으로 공장을 완공시킨 다음 출자전환 방식으로 일단 정부 재투자기관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처리방법이 아닌가 싶다. 다음 단계는 한국중공업의 전례나 포철의 사례를 참고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방안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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