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사태로 경제가 불안하다. 우리 경제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와 외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경쟁력을 상실하여 생산은 하지만 재고가 쌓이는 무의미한 성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보 부도사태가 기업들의 연쇄 부도와 자금시장의 경색증을 일으켜 경제가 붕괴의 압박을 받고 있다.한보사건은 정경유착 비리의 표출로 보인다. 수서비리와 비자금 사건으로 문제가 많았던 기업주에게 검증 안된 기술을 무조건 허가해 주고 5조원 이상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그동안 주요 투자사업의 결정은 흔히 경제적 타당성보다는 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재벌의 탐욕이 결탁하는 정경유착 논리에 의해 결정되었다. 한보철강은 이러한 논리에 의한 천문학적 규모의 비리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 실패로 국민의 좌절감이 큰 상태에서 한보사건이 터짐으로써 문민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 독재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는 냉소와 함께 정부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분노가 역력하다. 우리 경제는 심각한 절망감에 빠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정경유착 비리로 쓰러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는 정경유착의 비리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여기서 관련자들은 누구든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경유착의 뿌리를 끊기 위해 시급한 것이 정부의 개혁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경제를 정치논리에 따라 지배하는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거미줄처럼 쳐진 정부규제의 망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다. 더구나 표적사정, 세무조사, 행정제재 등을 통해 수시로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어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작은 정부로 다시 태어나는 근본개혁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취해져야 할 것이 금융개혁이다. 금융기관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정치권력이 통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시만 하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고 일반은행은 특정기업에 특혜대출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금융기관의 임원이 되려면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 사실임을 감안할 때 금융제도는 그 자체가 범죄조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권력의 지배를 거부하고 국민경제 차원에서 돈의 흐름을 유도하는 금융제도의 중립화가 경제를 정경유착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본장치가 된다. 따라서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기관 인사자율화 등 금융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재벌의 이익을 편향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기업인과 관변학자 위주로 위원회가 구성된 것에서 그 우려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할 때 재벌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독과점 이윤추구는 확산된다. 결국 나라경제는 후진국으로 전락해도 재벌기업들은 국민경제를 인질로 잡고 부당한 부의 축적을 꾀하는 억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건전한 경영풍토를 조성하고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산업구조의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정경유착에 뿌리를 둔 재벌기업들의 외형위주 성장이 자생적 기술기반이 없는 허구적 산업구조를 만든 주요 원인임을 감안할 때 산업구조 개혁은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재벌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 소유분산과 계열전문화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기업들의 소유가 대부분 창업주와 친인척에 집중됨으로써 기업활동이 사적이익의 극대화에 치중했다. 과감한 기업공개정책에 입각하여 소유를 분산하고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소유주의 사금고라는 인식이 불식되며 비로소 정경유착 비리와 독과점 행위대신 국민을 위한 건전한 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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