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경장관 편지·빈 돈봉투 2백개 압수/정태수씨 어제 구속수감대검중수부(최병국 검사장)는 31일 한보그룹 계열사 및 정태수 총회장 자택 등에서 전 재정경제원장관의 편지와 비어 있는 돈봉투 2백개를 압수, 편지송달 배경과 돈봉투의 용도를 조사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28일 상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그룹 본사 정보근 회장실을 수색할 때 전 재경원장관 명의의 편지를 압수했다. 검찰은 31일 정총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기록과 함께 법원에 보낸 압수물품목록에 이 편지를 포함시켰다. 이 편지가 사신인지, 공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보철강이 당진제철소 시설자금을 집중적으로 조달한 무렵인 94년이후 재경원장관을 지낸 인사는 홍재형(94년 10월∼95년 12월)·나웅배(95년 12월∼96년 8월)씨다.
검찰은 또 29일 한보상사 사무실에서 빈 돈봉투 2백개를 발견, 이 봉투의 성격을 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돈봉투마다 「1백만원」이라고 씌어있었으며, 대봉투 2개에 1백개씩 나뉘어 있었다』고 말했다. 정총회장의 개인회사인 한보상사는 한보그룹의 비자금 통로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해 계열사에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3∼4개 은행에 예치한 혐의를 잡고 조성경위와 사용처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 해 추석 2주전부터 이 비자금계좌에서 한번에 10억원씩 1백억원을 현금으로 인출, 쇼핑 백이나 돈자루에 1억원∼3억5천만원씩 담아 정총회장 사무실로 옮겼다는 제보를 입수, 이 돈이 금융계와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전·현직 은행장과 정치인이 정총회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포착, 조만간 차례로 소환키로 했다.
검찰은 이 날 정총회장이 부도직전까지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인 것처럼 꾸며 할인받은 사실 등을 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배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하오 9시께 정총회장을 서울구치소에 일단 수감한뒤 검찰청사로 다시 불러 조사를 계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총회장은 지난 해 10월 한보철강공업(주)이 자금융통을 위해 발행한 6억5천3백만원짜리 융통어음을 두리건설(주)에 물품대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꾸며 신용금고에서 할인받는 등 어음할인 수법으로 4백32억여원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다. 또 지불능력없이 4백6차례에 어음 2천2백54억원과 당좌수표 5백35억여원을 발행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김승일·이태규 기자>김승일·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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