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자라는 직업상 백화점은 나의 일터와 다름없다. 소비자동향과 상품인기도 등 백화점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글과 같은 미국의 대형백화점은 정복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매장에서 길을 잃기 일쑤고 상품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며칠을 투자해도 다 보기가 어렵다. 더욱 매일 매장분위기를 바꾸는 통에 어제 봤던 상품을 마음에 두었다가 다시 가서 살펴보는 일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도대체 「선택의 나라」에 사는 미국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쇼핑을 하는 걸까. 그렇게 많은 상품 중에서 어떻게 원하는 상품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준 것은 대부분의 미국 백화점이 운영하는 「쇼핑비서(Personal Shopper)」들이었다.쇼핑비서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 고객은 도움이 필요할 경우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쇼핑비서와 약속을 하고 사이즈 등 자신의 신체에 대한 정보와 원하는 상품, 취향 등 기본정보를 전한다. 이후 정해진 약속시간에 매장에 도착하면 층마다 돌아볼 필요없이 쇼핑비서가 준비해 놓은 갖가지 브랜드들의 옷을 입어보기만 하면 된다. 마음에 들면 구입하고 마음에 안들면 다음 약속을 만든다. 경우에 따라 쇼핑비서는 바쁜 고객을 위해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는 상품을 우편배달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고객은 원하지 않으면 미리 동봉되어온 박스에 옷을 담아놓고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백화점측이 알아서 회수해간다.
쇼핑비서들은 대부분이 패션전문가여서 소비자는 시간절약과 전문가의 조언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된다. 또 백화점은 이런 쇼핑비서제도를 둠으로써 이미지 향상과 고객만족을 통한 더 많은 고객확보가 가능하다. 쇼핑비서제도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백화점마다 한 품목만을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맨부터 어드바이저 코디네이터까지 여러 전문가로 존재하는 쇼핑비서는 뉴욕 5번가 삭스백화점의 경우 오는 가을 신부코너를 위해서만 19명의 코디네이터를 배정했다고 하니 백화점과 소비자 모두 얻어들이는 결과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인가 보다.<문혜성 섬유저널 실장>문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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