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직언을 들을수 있는 비선보고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클린턴과 흉허물 없는 사이인 지인들이 이 채널을 이용해 거리낌없이 건의를 하고 클린턴은 즉각 이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비밀번호가 적힌 우편물은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클린턴에게 곧바로 전달되며 대통령집무실로 직행하는 팩스도 있다.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동창 또는 고향 이웃집에 살았던 소꿉동무 등이 단골고객이다.미국처럼 언로가 트여있고 민주주의가 만개해 있는 나라에서도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귀가 막히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언로가 개방돼 있다 해도 최고권력자가 현상을 굴절없이 전달받는 것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대통령제의 맹점중 하나로 지적되는 권력의 1인 집중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막강하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대통령 앞에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노동법파동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한보사태가 터지자 시국을 걱정 하는 소리가 많다. 권력핵심부 주변에 언로가 트여있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노동법파동의 와중에서 연두기자회견을 했을때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지나치게 안이 하다고 걱정했다. 세상 돌아가는 데 대한 보고를 제대로 받았더라면 좀 더 다른 처방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었다.
이같은 안타까움은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는 한보사태에도 적용된다.
사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시중에는 구구한 억측이 나돌고 있다. 구중심처에 있는 대통령이 민심의 흉흉함과 사태의 심각성을 굴절없이 보고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로는 사람으로 치면 혈관과 같다. 혈관이 막히면 건강이 위험해진다. 언로가 트여있다는 미국에서 마저 대통령이 비선보고 채널을 유지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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