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속서도 포기하지 않는 믿음과 열정의 궤적”「문학의 창」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문학작품을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는 난입니다. 매주 문학면에 게재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편집자>
소설가 김한수(32)씨는 원래 쇠를 깎았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 들어가 밀링머신과 용접기 앞에서 땀을 흘렸다. 그래서 그의 청소년기는 호사스러움과 즐거움 보다는, 많은 것을 박탈당한 분노와 부단히 노력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냉소 속에서 지나갔다. 김씨의 첫 장편소설 「하늘에 뜬 집」(실천문학간)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부유한 사회의 혜택 반대편에서 고통받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정체성을 상실한 현실 속에서 끝없이 부유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허영과 무능으로 파멸해가는 아버지와 자살한 어머니로 인해 세상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방황하는 주인공 현민은 가출 후 공장을 전전한다. 공장장의 기술에 감탄하며 벅찬 희망을 가져보지만, 「한낱 공돌이」라는 현실 앞에서 꿈은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고 가장 친한 친구의 자살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살여행까지 하던 그는 그러나 자신에게 질곡의 세월을 가져다 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가까스로 삶을 껴안게 된다.
작가의 자전적 작품은 아니지만 체험이 바탕이 됐다. 그래서인지 발버둥치다가 자포자기하는 인간의 심리, 그들을 내리누르는 고통의 무게가 살을 마주 댄 것처럼 섬뜩하게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군상의 이야기지만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삶에 대한 믿음과 열정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지난 몇년간 모지름을 쓰면서 살 정도로 이 세상이 가치가 있는가 고민했다. 동시에 인간은 무력하지 않으며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지키려고 자신과 싸웠다. 이 소설은 그런 내 자신이 벌여온 내적 투쟁의 기록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한수씨는 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자전적 소설 「성장」을 발표하면서 데뷔했고 창작집 「봄비 내리는 날」(92년)과 연작장편 「저녁밥 짓는 마을」(95년)을 내놓았다. 그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지존파 사건」을 소설로 쓸 계획이다. 사건의 엽기성이 아니라 죄악으로 내몰렸던 그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어루만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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