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따른 불안 탈북때 비하면 약과… 이겨내야죠”한보그룹에는 북한에서 귀순한 청년이 초년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95년 5월7일 중국을 통해 귀순한 뒤 지난 해 3월14일부터 한보그룹 비서실 법제팀에서 근무중인 황광철(23)씨는 30일 『남한에 오기전 겪어야 했던 그 불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애써 태연해했다.
황씨는 93년 동생 광일(21)씨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기 전까지 북한 원자력공업부 남천화학 연합기업소에서 폐수처리작업반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남색 작업복에 짧은 머리, 붉은색 넥타이와 삐삐를 착용한 그는 『신문에 내 이름이 실리면 「불리」해진다』며 인터뷰를 극구사양하다 『어쨌든 (이번 일을) 이겨내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경도사투리를 섞어가며 『부도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다같이 힘을 모아 이겨내겠다』며 『무엇보다 소속된 법제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신문에 가득 실리는 기사를 보면 기가 질린다』며 『사내 도서실에서 자료를 찾고 틈틈이 민법총칙을 들춰보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제팀에는 (법학을 공부한) 전공자들이 많아 일을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다』는 말도 했다.
그의 꿈은 입사이래 착실히 모은 돈으로 1∼2년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 지난 해 숭실대 야간학부 기계공학과에 입학, 주경야독하며 「부도」라는 낯선 환경을 헤쳐나가고 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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