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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채널이 그 채널 TV가 싫다(우리 방송 건강한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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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채널이 그 채널 TV가 싫다(우리 방송 건강한가:4)

입력
1997.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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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비율 전체 50% 육박/같은 시간 편성 시청자 소외 심각TV 앞에 앉았을 때 가장 짜증나는 경우는? 보고 싶은 프로가 없을 때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 더욱 짜증만 난다. 그 채널이 그 채널이기 때문이다. 모든 채널이 같은 장르를 동시에 내보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드라마 아니면 쇼, 그것도 아니면 스포츠 중계다. 3월이면 저녁종합뉴스까지 모두 9시에 3개채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적어도 방송의 교육기능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TV는 분명히 「바보상자」다. 오락 프로의 비율이 보도와 교양을 포함한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텔레비전 편성의 다양성 분석 보고서」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96년 3월 현재 방송 3사의 오락 프로 비율은 KBS1 25.2%, KBS2 47.6%, MBC 45.8%, SBS 49.5%에 이른다. 특히 주시청 시간대인 하오 7시∼밤 10시30분의 경우 KBS1 29.3%, KBS2 78.2%, MBC 52.7%, SBS 73.5%로 그 비율은 눈에 띄게 높아진다.

시청률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야기의 연속성으로, 쇼는 화려한 볼거리로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둘 수 있다. MBC 교양제작국의 한 PD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시청률이 낮으면 윗사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 탓에 재미있는 프로와 좋은 프로그램이 공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시청자들이다. 드라마를 싫어하는 남성들이나 댄스곡 일색인 요란한 쇼를 꺼려하는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좋은 다큐나 심층보도물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자연 방송으로부터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소외계층은 TV로부터 얻을 것이 더더욱 없다. 우리 손으로 만든 어린이프로 하나 제대로 없다. 아이도 노인도 어쩔 수 없이 같은 프로를 보아야 한다. 악순환이다.

방송사의 중복편성은 오락 프로의 편중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편성은 무조건 타사에 맞춘다는 것이 현행 방송편성의 제1조다. 타사가 오락 프로를 내보낼 때 교양물을 방송하는 바보는 없다. 소신과 원칙을 고집해 위험을 감수하느니 작은 것이라도 확실히 나눠 먹겠다는 전략이다. 신동진 방송위원회 선임연구원은 『방송의 시청률 지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기로서의 기능이다. 중복 편성은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뿐 아니라 방송 스스로 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편식으로는 건강을 지킬 수 없다.<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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