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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와 폭력’은 결코 빠뜨릴수없는 드라마의 양념인가(TV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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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와 폭력’은 결코 빠뜨릴수없는 드라마의 양념인가(TV읽기)

입력
1997.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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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와 폭력. 요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두가지 「양념」이다. KBS2 「첫사랑」과 SBS 「형제의 강」 등 대부분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인물로는 형제가 많고 그들은 어김없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폭력이나 형제는 드라마의 「갈등구도」를 드러내는 장치로 언제나 각광을 받아온 소재. 무서운 흡인력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폭력의 도입이나 무리한 관계설정 등으로 드라마 전체 구도를 깨버리기도 한다.출세에 눈이 먼 형을 대신해 가족을 지키던 「형제의 강」의 준식(박상민)도, 온 가족의 희망과도 같은 사법고시 합격을 위해 법률책을 뒤적거리던 「첫사랑」의 찬우(배용준)도 「어둠의 세계」로 들어갔다. 준식은 농사꾼에서 해결사로 변신, 채무자를 협박하고 찬우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카지노에서 서서히 중요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산업화의 끝자락에서 발버둥치는 인물들. 누구보다 순박했지만, 기존의 경쟁논리를 따르다 끝내 「패자」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어둠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곳으로부터 선택당했다는 점에 두 인물의 비극성이 있다.

하지만 두 드라마처럼 폭력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나름대로 탄탄한 이야기 구도를 지니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KBS2 수목드라마 「머나먼 나라」의 한수(김민종), MBC 일일극 「욕망」의 윤석(최재성), SBS 주말극 「꿈의 궁전」의 석환(이훈)은 이유없는 분노로 세상에 주먹을 휘두른다. 첫 회부터 등장한 이들의 과격한 폭력장면은 「가짜 영웅만들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KBS 드라마제작국 김홍종 위원은 『드라마에서 폭력을 완전히 배제시킬 수는 없다. 문제는 「폭력의 필연성」이다. 주제의식만 녹아든다면 「폭력의 미학」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출세 제일주의자인 형 준수(김주승)와 그가 남긴 가족의 고통을 넉넉한 품으로 보듬는 준식. 환자를 인간으로 대하는 진솔한 의사가 되고 싶은 형 준기(손창민)와 의술은 뛰어나지만, 수술을 게임처럼 즐기는 동생 수형(장동건). 「형제의 강」과 MBC 미니시리즈 「의가형제」에 등장하는 형제들이다. 이들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서로 반목하면서 상처를 드러낸다.

형제의 갈등과 우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인물의 애증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긴장감을 조성한다. 특히 카인과 아벨로 상징되는 형제의 갈등은 가족이 해체되고 자아가 분열되는 우리사회 자화상이기도 하다. KBS와 MBC는 설날에도 형제애를 주제로 한 「강릉가는 옛길」과 「형제」를 나란히 방영한다. 두 드라마 모두 성격도, 가는 길도 다른 형제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다 속깊은 사랑을 확인하고 화해하는 내용이다.

「첫사랑」의 극작가 조소혜씨는 『가족이 무너지는 시대, 든든한 형제애의 확인을 통해 우리는 잊은 것을 되돌아 보게 된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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