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1일부터 남산 1,3호터널에서 실시중인 혼잡통행료 징수는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순 서울시장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최근 『대상지역을 이른 시일안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개월여 동안의 혼잡통행료 실시효과와 시민반응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인 만큼,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의 혼잡통행료 징수지역 확대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찬성 입장/김상돈 서울시교통기획관/서울 ‘나홀로 차’ 80% 적극 억제책 필요/효율높은 대중교통 출퇴근 정착시켜야 편집자>
일부 반대의견도 있지만 혼잡통행료징수 확대실시는 꼭 필요하고도 시급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연간 주행거리는 2만3,300㎞로 일본의 9,600㎞에 비해 두 배가 넘을 뿐 아니라 승용차 이용이 보편화한 미국의 1만6,600㎞보다도 훨씬 길다. 우리에겐 승용차를 이용한 출퇴근이 일반화해 있지만 이는 선진국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카풀제마저도 잘 이행되지 않아 「나홀로」승용차가 80%에 이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승용차는 서울시내 도로면적 점유비율이 무려 65%인데도 실어나르는 인구는 14%에 지나지 않는다. 에너지소비량은 버스의 6배, 전철의 25배에 이른다. 이러한 교통체계나 문화가 계속되는 한 서울의 교통문제는 영원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려면 대중교통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혼잡통행료 징수는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춰진 이후에 시행해야 옳다는 일부 주장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 우리의 경우 대중교통이 능력면이나 서비스면에서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단계에서 승용차 이용의 감축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러한 정책이 늦으면 늦을수록 교통문제는 더욱 더 풀기가 어려워질 것임은 자명하다. 대중교통의 개선은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승용차 이용의 편익성이 마치 마약과 같고 이로 인한 승용차 이용의 증가는 버스의 경우 즉각 수입감소로 나타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중교통의 개선과 승용차 이용의 감축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교통종합대책은 정책방향의 큰 흐름을 여기에 맞추고 있다. 혼잡통행료 제도는 어디까지나 편법이지 정상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이 점에서 타당성이 부족하며 오히려 정상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으로 이해돼야 한다. 현실상황에서 문제해결을 바란다면 대안이 없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혼잡통행료 징수와 같은 교통수요관리정책이 정치적 비용이 크다고 하여 이를 기피하면 당장에는 다소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론 도시교통이 치유불가능한 상태로까지 악화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민부담의 가중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물론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추가적 교통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승용차 이용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다수의 사회구성원이 부담한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반대 입장/박병소 서강대 교수·경실련 교통분과위원/교통환경개선 투자없이 시민부담만 강요/도심과밀화 해소 등 근본문제 선결부터
도로가 혼잡해 정체에 빠지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준적인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도로의 확장·포장·신설, 신호 등 개량, 가변차선제 시행 등 기존 시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첫째요,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의 공급을 늘리고 개선하여 승용차 이용을 대체토록 하는 것이 둘째다. 마지막 방안이 교통수요관리로 수요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시책, 주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시민들로 하여금 승용차 이용을 포기하게 해 교통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교통환경은 이런 대처방법들 중 첫번째와 두번째를 시행하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서울의 열악한 교통환경은 정부의 무관심 또는 무지에 가까운 무투자가 중요한 원인이다. 선진국의 2∼10배에 이르는 엄청난 공과금 제세 잡비를 자동차에 부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하나의 도시교통체계 속에 끌어 넣어서 편리하고 안락하게 시민들이 이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는 투자는 없었다. 정류장마다 운행시간표를 게시하거나, 눈과 비를 맞지 않고 또 길을 건너지 않고도 차를 갈아 탈 수 있게 하고, 환승차량에 대해선 운임을 감면해주는 환승시설 및 환승운임제도같은 대중교통체계의 개선을 위한 투자가 거의 없었다. 시내버스를 탈만하도록 개선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그 결과 오늘 우리들이 거리에서 보는 혼잡과 정체가 발생한 것이다. 자가용 승용차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는 시민들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산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가 그곳의 소통을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절한 다른 수단을 갖지 못하는 시민들이 다른 곳으로 몰려가 전체적으론 교통량이 감소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혼잡통행료 징수지역 확대를 서두르는 진정한 이유는 이곳의 혼잡통행료 징수효과가 전반적 교통량 감소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를 서울과 수도권에 모을 요량인 도시계획 정책을 편다. 모든 단독주택은 다가구주택으로, 5층짜리 아파트를 헐어 25층 아파트를 짓고 더구나 빈터란 빈터는 모두 하늘을 덮는 아파트 군으로 재개발하거나 건설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교통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대도시 인구과밀에 있으며 그 부담 때문에 우리의 고비용·저효율의 경제체계가 만들어지고 우리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이해해야 한다.
한편에선 교통량을 늘리고 한편에서는 교통량을 줄이려는 이런 방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계속 시행되면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시민부담만 늘어난채 삶의 질은 떨어질 뿐이다. 혼잡통행료징수 제도의 확대같은 정책에 만 매달리지 말고 문제의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서울시 혼잡통행료 상반기 확대 실시 방침/징수지역 한강대교·금화터널 등 2∼3곳 유력
서울시가 당초 일정을 앞당겨 혼잡통행료 징수지역을 올 상반기에 확대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효과에 대한 예상과 대상지점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혼잡통행료 부과의 근거법령인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평일 기준으로 하루중 통행량이 가장 많은 1시간동안 ▲평균통행시속이 편도4차선이상은 20㎞미만, 편도 3차선이하는 16㎞미만인 도로나 ▲평균지체시간이 신호교차로는 60초이상, 신호없는 교차로는 45초이상인 도로에만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현재 주요도로의 출근시간대 평균속도가 시속 15㎞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이론상 25개 모든 시내진입로가 혼잡통행료 징수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남산 1, 3호 터널에만 부과되는 혼잡통행료에도 찬반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모든 진입로로 확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관계자는 『혼잡통행료 징수는 도심전체로, 그러나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당장은 2∼3곳, 많아야 5곳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유력시되는 곳은 시내진입 터널과 교량이다. 혼잡도 심하지만 통행료 징수가 기술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일반도로는 통행료 징수부스의 설치가 어렵고 오히려 정체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조순 서울시장은 그러나 『일반도로라도 고갯길에선 통행료징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지가 시내로 통하는 길목중 혼잡이 심한 터널과 교량, 고개라면 교량중에서는 대표적 혼잡도로인 한강로 양화로 마포로의 한강·양화·마포대교 및 성산대교가 유력하다. 동호대교 및 7월 개통되는 성수대교도 후보지중의 하나이다. 한남대교와 반포대교는 연결선상의 남산 1, 3호터널에 이미 혼잡통행료가 부과되고 있어 이중으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제외될 것이 확실하다.
터널중에선 몇년전까지 통행료가 부과되던 금화터널이 우선 거론된다. 동호대교와 시내를 연결하는 금호터널 또는 옥수터널도 그중의 하나다. 고개로는 무악재와 미아리고개를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시는 현재 혼잡통행료 수입금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당초 혼잡통행료 수입금은 시내버스 업체들을 위한 융자금으로 지원될 예정이었으나 조시장은 『시민들로부터 거둔 돈을 그냥 민간버스업체에 주는 명분이 약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에 따라 수입금용도를 대중교통시설 개선용으로 국한, 낡은 시내버스를 전화, 냉·난방시설을 갖춘 최고급형으로 전환하는데 쓸 계획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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