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등돌린 순수 그 허위의식의 끝은…미국 남부 가정의 병적인 인간상을 그린 「유리 동물원」(극단 환 퍼포먼스)이 송승환 윤여정씨 등의 출연으로 2월7일∼3월2일(화∼목 하오 7시30분, 금토 하오 4시30분 7시30분, 일 하오 4시30분) 서울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송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극을 이끄는 주인공 톰 역을 82년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초연했을 때도 맡았다.
송씨는 『극 중 나이는 20대지만 결코 20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머리가 더 빠지기 전에 톰 역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이제야 제대로 연기할 만한 나이가 된 것같다』고 말했다.
윤여정씨는 톰의 어머니 아만다 역을 맡아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사는 중년여인을 연기한다. 오랜 미국생활을 바탕으로 원작의 미묘한 뉘앙스를 섬세하게 살려낸다는 평. 이찬우씨는 로라의 희망이자 끝내 아픔이 되는 짐 역으로 나온다. 톰의 누이 로라(김호정 분)는 병적으로 수줍음이 심해 유리로 만든 동물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 생활의 전부이다. 톰이 그에게 이웃 청년 짐을 소개해 주지만 짐에게 애인이 있는 것이 밝혀져 로라의 꿈이 깨지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김호정씨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로라역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연기해보일 예정이다.
원작자 테네시 윌리엄스는 남부 태생으로 미국의 대표적 극작가의 한사람. 그의 첫 성공작인 「유리 동물원」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등 다른 대표작처럼 남부의 가정을 소재로 과거의 귀족적 생활에 대한 망상어린 집착, 허위의식에 대한 냉소 등을 담고 있다.
동국대 졸업공연으로 「유리 동물원」을 연출했던 황동근씨는 30년대 공황기에 침몰해 가는 미국 가정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3명의 식구들로 대변되는 몽상가적 인물들이 짐으로 대변되는 현실에 부딪쳐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음악 남궁연, 무대 이태섭.
(02)739―8288<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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