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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상품 왜 장수하나

입력
1997.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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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층 구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고 세월이 가도 변치않는 가치를 담고 있다/그리고 그 속에는 또한 추억이 어려 있다매일 쉴새 없이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품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상품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코카콜라나 리바이스 청바지처럼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언제 나왔는지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많다.

우리에게도 강산이 몇번씩 변해도 여전히 사랑받는 상품이 있다. 이름하여 「장수상품」. 장수상품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오면서 우리들 일상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오랜 친구의 이름처럼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다. 「무엇하면 무엇」하는 식으로 말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선뜻 바꿀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수상품은 나름의 장수비결이 있다. 구수하면서도 짭짤한 새우깡은 군것질과 술안주로도 적당하기 때문에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특정한 연령층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수의 첫번째 비결인 셈이다.

장수상품은 특별한 기술이나 복잡한 기능을 가진 상품이 아니다. 「칠성사이다」의 맛은 신세대의 패션화한 입맛을 겨냥한 요즈음의 청량음료 맛에 비하면 단순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단순함을 좋아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상품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상품만이 아니다. 그 상품이 담고 있는 가치를 사는 것이기도 하다. 상품이 표현하는 가치가 공감을 얻었을 때 그 상품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박카스」는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보람을 내세웠다. 사람들 사이의 정을 이야기하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장수상품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수상품에는 추억이 어려있다. 40이 넘은 중장년층은 김밥에 칠성사이다 만으로도 푸짐했던 소풍을 기억할 것이다. 주머니는 가볍지만 치기만은 누구 못지 않게 넘치던 시절, 깡소주에 새우깡으로도 충분했다. 조금 어린 연배라면 성냥을 꽂은 초코파이를 앞에 놓고 조촐한 생일파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장수상품은 유난히 먹거리와 관련된 것이 많다.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사하다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것이 역시 입맛인가? 「다시다」는 「고향의 맛」으로 장수한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가치, 삶을 지탱하는 변하지 않는 원리. 장수상품 속에 담겨진 또다른 맛이 아닐까?<김미경 기자>

◎네오클래식이 뽑은 장수상품 베스트 7

▷우황청심원◁

우황청심원은 동의보감의 처방에 따라 사향 우황 등 31종의 생약으로 만든 한방구급약. 중국에서는 원이라 부르지 않고 환이라고 한다. 옛부터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명약이라 해서 웬만한 집에서는 상비약으로 갖고 있다.

40여개의 제약회사에서 우황청심원을 만들고 있는데 72년 역사의 솔표 우황청심원이 효시. 1925년 조선무약이 만들었을 때 이름은 「기사회생 우황청심원」이었다. 시장점유율도 솔표가 가장 높다.

솔표 우황청심원은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아 69년에 일본에 수출길을 턴 이후 동남아 미주지역에까지 시장을 넓혔다. 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공식후원 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에도 수장됐다.

우황청심원에는 동의보감 처방과 똑같이 만든 원방과 현대인에 맞게 처방을 조금 바꿔 만든 변방)이 있는데 값은 원방이 두배 가량 비싸다.<최성욱 기자>

▷다시다◁

미원이라는 브랜드가 아주 오랫동안 조미료의 대명사였던 때가 있었다. 미풍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가 있었지만 시장점유율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무도 넘볼 수 없다고 여긴 미원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75년에 나온 제일제당의 다시다. 화학조미료인 미원, 미풍과는 달리 천연재료를 넣은 종합조미료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국내 조미료시장은 종합조미료가 중심이 됐고, 다시다는 자연스럽게 미원에게서 조미료의 대명사 자리를 물려 받았다. 현재 종합조미료 시장에서 다시다의 시장점유율은 70%.

다시다라는 제품명은 「맛이 좋아 입맛을 다시다」에서 따왔는데 당시에는 한글이름이 드물어 소비자들에게 산뜻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차별성있는 광고를 꾸준히 해오면서 「그래 바로 이 맛이야」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 냈다.<최성욱 기자>

▷새우깡◁

71년 처음 선보인 이래, 스낵류의 가장 인기있는 장수 상품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장수 브랜드답게 숨은 이야깃거리도 많다. 스낵류의 개념 정립도 채 되어있지 않았던 당시로선 획기적인 연구개발비를 투자, 실험용으로 사용된 밀가루만도 4.5톤 트럭으로 80대 분량에 달했다고 한다.

소금에 열을 가해 나오는 소금열로 재료를 튀기는 「파칭(parching)공법」을 사용,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게 한 것이 성공 요인.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이름. 「새우깡」이라는 브랜드 명은 애초 신춘호 회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한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이후 「깡」이라는 말은 스낵류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돼 「고구마깡」 「감자깡」 등의 자매 브랜드로 이어졌다.

「새우깡」은 연간 평균 2억 7,300여만 봉지(국민 1인당 6봉지 꼴)를 판매, 96년도 매출액은 412억 원이었다. 최초 가격은 20원. 지금은 300원.<황동일 기자>

▷칠성사이다◁

「맑고 깨끗한 맛―칠성사이다」

1950년 동방청량음료에서 「칠성사이다」라는 상표명으로 생산되면서 본격적인 사이다 시장이 형성됐다. 시원한 물말고는 특별한 음료수가 없던 그 시절 사이다는 먹어보기 힘든 것이었다. 중장년층에게 「칠성사이다」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칠성사이다」는 그간 국내 브랜드는 물론 해외 브랜드와 치열한 승부를 벌여왔다. 70년대 중반에는 해태의 「해태사이다」, 코카콜라의 「킨사이다」와 열띤 경쟁을 벌였고, 최근에는 코카콜라에서 생산되는 「스프라이트」의 맹렬한 추격을 받았다.

무색의 순수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자연을 소재로, 상업적이지 않은 인물을 내세워 광고를 하는 것이 「칠성사이다」의 특징이다.

전체 청량음료 시장에서 사이다 시장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그 명성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국내 음료브랜드로는 드물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있다. 74년 롯데칠성음료로 상호명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김미경 기자>

▷초코파이◁

「영 턱스 클럽」의 「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을 나누는 「오리온 초코파이」도 있다. 달콤한 초콜릿 맛에 쫀득쫀득한 머쉬 멜로우가 어우러져 간식용으로 제격인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는 96년 12월 국내 제과업계 사상 최초로 단일제품 월매출 50억원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74년 오리온 제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코파이」는 96년 12월까지 47억 7,300만 개가 팔렸다. 판매금액으로 따지면 4,600여 억원. 지금까지 팔린 양을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아홉 바퀴나 돌 수 있을 정도.

작년 한국능률협회의 「장수히트상품」으로 선정되었고, 「세계의 정―러시아 광고편」은 한국 광고단체 연합회가 주관하는 96 한국광고대상 금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세계 30여개국으로 수출한다. 한 개에 50원으로 출발했다가 76년에 100원으로 올랐고 96년 1월까지 20년간 이 가격을 고수했다. 이후 중량을 10g 늘리고 가격을 50원 인상했다.<김미경 기자>

▷이태리타올◁

이미 오래 전에 특정 회사의 브랜드라기 보다는 때밀이용 수건의 통칭이 됐다. 이태리타올을 달라고 할 때 그 말은 곧 때밀이용 수건을 뜻한다. 아무도 제작회사나 정확한 상표명을 따지지 않는다. 현재 월 250만 장을 생산하고 있는 (주)송월타올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수많은 업체들이 제각각 만들어 내고 있다. 요즘은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하고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60년에 첫 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송월타올이 70년에 자사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 무렵 원조 이태리타올의 특허권이 10년을 채우면서 막 소멸됐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맨 처음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태리타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었지만 얼마 전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이태리타올과 이탈리아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최성욱 기자>

▷박카스◁

96년 총 판매량 6억병, 국민 1인당 13여병에 총 판매액 1,270억원. 「그 날의 피로는 그 날에 푼다」는 광고 카피가 실감난다.

63년 출시된 이래 34년 동안 박카스는 줄곧 제약류 브랜드 인지도 및 호감도 1위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강 드링크 제품으로 자리해왔다.

그러나 박카스의 「신화」는 거듭되는 실패를 밑거름삼은 것이었다. 61년 처음 선을 보인 것은 「박카스정」.

하지만 미숙한 정제기술로 당의정이 녹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반품사태가 속출했다. 곧 앰플 형태의 「박카스 내복액」으로 재출시 했으나 이 또한 신통치 못했다.

이후 드링크 형태로 재출시된 「박카스」는 제약류임에도 불구하고 「약」이라기보다는 「음료」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박카스의 명성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지난 해에만 베트남 650만병, 미국 200만병 등 1,300만 병을 수출했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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