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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호에 비친 만년설 ‘장관’(알프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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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만호에 비친 만년설 ‘장관’(알프스 여행)

입력
1997.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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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고도·박물관 늘어선 호안도로 일주/재즈 페스티벌 유명한 휴양지 몽트뢰/‘생수’ 에비앙 ‘시계’ 제네바도 인상적만년설을 머리에 인 알프스의 고산준령이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비친다. 『그림 같다』는 말을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곳. 당신이 아무리 과장법에 인색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이 말이 자연스레 튀어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레만호다. 초승달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펼쳐진 레만호는 동서 양끝 거리가 72㎞, 남북이 평균 8㎞. 호수 가운데로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이 지나고 호수 북쪽은 스위스, 남쪽은 프랑스 땅이다.

레만호 일주는 당신의 여행앨범에 새로운 색깔을 칠해줄 것이다. 빛바랠 수 없는 추억이다. 호수와 산, 절벽, 그리고 고성, 박물관, 끝없는 포도밭의 행렬.

레만호를 도는 데는 인내가 필요치 않다. 시간과 돈 그리고 동반자도. 혼자라도 좋다. 자동차로 2시간 남짓. 창밖에 펼쳐지는 정경에 눈길과 마음을 맡기면 된다. 마음 끌리는 곳 어디든지 내려 작은 도시이든 한적한 마을이든 호숫가를 걸어보자. 레만호는 사계절이 모두 후회없다.

국내 항공사가 취항하는 파리나 취리히에서 기차로 출발, 제네바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파리에서는 제네바행이나 로잔행 TGV가 있다. 4시간 남짓 걸린다.

제네바는 레만호의 서쪽 끝. 제네바역에서 스위스국철(CFF)을 타도 되지만 자동차를 빌려 호안도로를 달리는 것이 훨씬 인상적이다. 자동차 여행은 우선 아무 곳이나 내릴 수가 있어 좋고, 호수 주변을 완벽하게 한 바퀴 돌 수 있다. 철도는 육지 쪽으로 깊게 들어가거나 우회하는 곳이 많아 제대로 호수 주변을 감상하기가 어렵다. 겨울철을 제외한 때는 유람선 일주도 가능하다.

제네바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스위스 방면이다. 니용과 로잔, 브베 등 크고 작은 도시를 거쳐 동쪽 끝 유명휴양지인 몽트뢰에 도착한다. 몽트뢰에서부터는 남쪽으로 돌면서 프랑스 영토. 생수의 대명사인 에비앙, 토농 등을 거쳐 제네바로 원위치한다. 국경에서는 거의 출입국 통제가 없다.

레만호를 돌다보면 프랑스 사람들의 불평을 이해할 수 있다. 스위스 영토인 호수 북쪽 경사면은 남향이어서 포도농사가 잘되고 여기에 호수 남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프랑스령 오트 사브와의 알프스 풍경까지 한 푼 안들이고 감상할 수 있다.

▷제네바◁

프랑스어로는 주네브인 제네바는 스위스 도시이나 넓게 보아 프랑스권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국경에 둘러싸여 있다. 위대한 사상가 루소를 비롯, 수많은 예술가 학자가 태어난 제네바는 국제외교도시. 유엔 유럽본부와 수많은 유엔 산하 단체가 자리잡고 있다.

관광 포인트는 중앙역 앞의 시계골목에서 출발, 루소섬, 영국정원, 유엔 유럽본부건물, 레만호 초입의 대분수(제트 도, 140m높이), 미술역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시계박물관, 생 피에르성당 등. 대체로 시내중심부에 모여 있어 걸어다녀도 된다. 시계골목에서는 수만원대의 예쁜 디자인 시계에서부터 수백만원대 까지의 롤렉스 시계 등까지 구경만 해도 즐겁다. 변두리의 살레브 산은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케이블카로 1,375m정상에 오르면 레만호수와 알프스, 제네바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제네바는 유럽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중 하나. 파리와 달리 밤에 즐길만한 곳은 거의 없다.

▷로잔◁

제네바에 비해 작은 도시이나 스위스 로망드(프랑스어권 스위스)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제네바에서 기차나 자동차로 30∼40분 거리. IOC(국제올림픽위원회)본부가 레만호 주변 우시 지역에 있다. 우시 지역은 빼어난 레만호 풍광을 보여주는 곳. 93년에 문을 연 올림픽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역시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풍부한 사진과 자료, 멀티미디어 영상 등으로 올림픽의 산 역사를 한 눈에 보여준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노트르담 대성당도 볼만한 곳. 도시 주변에는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몽트뢰◁

겨울이라 아쉽다. 그 유명한 몽트뢰 재즈페스티벌(7월)을 볼 기회가 없으니. 그러나 시용성이 있다.

세계적인 고급휴양지이자 스위스 관광산업의 발원지인 몽트뢰는 고급호텔이 밀집한 소도시. 레만호 동쪽 끝에 위치해 북쪽 일주의 마지막 도시이다. 제네바에서 1시간 남짓 걸린다.

도심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시용성은 호숫가의 바위 위에 세워져 마치 호수에 떠있는 것만 같다. 바이런의 유명한 서사시 「시용성의 죄수」의 무대. 이탈리아에서 알프스를 넘어 오던 동방의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징수하기 위해 9세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성안에는 죄수를 가두던 독방과 갑옷, 무기, 고문기구 등이 전시돼 있다. 시옹성은 성 안보다 몽트뢰의 높은 언덕에서 레만호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것 만으로 충분히 좋다.

제네바에서 몽트뢰까지는 두 개의 호안도로가 있는데 대체로 상당히 가파르다. 고속도로와 관광도로라고 불리는 작은 길이다. 고속도로는 경사면 안 쪽에 숨어 있어 호수의 풍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관광도로는 급경사면 바로 위를 달려 길에서 바로 빼어난 호수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군데군데 사진찍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레만호를 눈 아래에 두고 카페에서 여유있게 차 한잔을 마시면 후회없다.

▷에비앙◁

고도인 에비앙(에비앙-레-뱅)은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생수 「에비앙」의 고장. 에비앙은 생수(미네랄 워터)의 대명사가 됐다. 에비앙에서 서쪽으로 4㎞ 떨어진 앙피옹에 생수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1년에 3,000만병의 생수가 생산된다.<제네바=이대현 기자>

◎샤모니 가는 길/제네바서 버스로 2시간30분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길은 많다. 알프스가 유럽 4개국(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의 접경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간다면 가장 이상적인 코스가 제네바에서 출발하는 것. 취리히공항 지하에 있는 역에서 기차를 타면 3시간 반이 걸린다. 비행기로는 1시간. 제네바에 도착해 하루 정도 시내와 레만호를 관광하고 가는 것이 이상적. 샤모니에서 돌아올 때는 1시간 남짓 걸리는 안시로 나와 TGV를 타면 3시간 30분만에 파리에 도착한다.

제네바에서는 버스와 기차로 샤모니에 갈 수 있다. 버스는 시외버스정류장이 있는 갸르 드 루티에르에서 탄다. 시즌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겨울에는 상오 8시30분과 하오 3시30분에 출발한다.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약 4만원. 겨울철에는 기차가 조용하고 안전하고 싸다. 대신 두세번 갈아타야 한다. 제네바 중앙역이 아닌 오비브역에서 프랑스 첫 역인 안마스에 와서 에비앙행 기차로 갈아타고 라로슈 생 제르베까지 간다. 니옹행이 아닌 다른행 기차면 중간역인 라 로슈 쉬르포롱에서 또 갈아타야 한다.

◎물의 도시 ‘안시’/거리 곳곳 중세풍 물씬

샤모니에서 파리를 가려면 거치게 되는 고도 안시(Annecy).

스위스 국경과 가까운 호수의 도시다. 제네바가 이 도시를 본떴다 해서 「어미 제네바」로도 불리는 도시이다. 안시는 산과 물의 도시. 도시 깊숙하게 호수가 들어 앉아 있고 백조와 오리가 한가하게 노닌다. 그 물을 이어가는 티우 운하가 구 시가지를 관통한다. 식당에 가면 관광객에게는 호수의 물로 빚은 독특한 향기의 독한 술 한 잔을 권한다.

호숫가의 드넓은 잔디밭을 산책하고 「사랑의 다리」를 건너 공원에 가면 호수를 일주하는 배를 탈 수 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호수 뒤로는 눈을 머리에 인 알프스가 펼쳐진다. 요금은 50프랑(약 8,000원). 호수에 비친 알프스의 절경은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길이 있는 전형적인 중세풍의 도시. 운하를 따라 가다 루소의 길에 이르면 소년시절 루소가 살았던 사제관과 합창단원으로 노래부르던 생 피에르 성당이 나온다.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운하 건너편 언덕에 자리잡은 안시성.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장료는 30프랑(4,500원). 1층에는 나무로 만든 성인(성인)들의 조각상이 있고, 2층은 현대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품이 전시중이다.<안시(프랑스)=이대현 기자>

◎전통요리 ‘퐁뒤’/백포도주 곁들이면 제맛

포도주와 치즈의 낙원. 프랑스와 스위스에는 우리 입맛에도 비교적 맞는 카망베르 치즈 같은 것에서부터 냄새가 강한 염소치즈까지 수십종의 치즈가 있다. 치즈를 이용해 만든 음식도 그만큼 많다. 소스나 샐러드에도 예외없이 치즈가 들어간다. 또 후식으로는 치즈 한조각.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는 퐁뒤(Fondue)란 전통요리가 유명하다. 「녹였다」는 뜻이다. 퐁뒤의 종류는 세가지. 치즈 퐁뒤와 부르기뇽 퐁뒤, 중국식 퐁뒤.

치즈 퐁뒤는 밑 판이 두꺼운 냄비에 퐁뒤 치즈를 넣고 백포도주로 녹이며 끓인 후 네모지게 썬 바게트빵에 찍어 먹는 요리. 백포도주나 홍차를 곁들이면 좋다. 스위스식 치즈 퐁뒤는 마지막에 남은 치즈로 누룽지도 만들어 준다. 제네바 중심가인 시르키광장에 있는 식당 「카브 발리잔 살레 스위스」와 건너편에 있는 115년 역사의 식당이 이 요리와 라클레트 요리로 유명하다.

라클레트는 불로 치즈를 녹여 떨어지는 것을 삶은 감자나 햄, 양파 등에 발라 먹는 요리.

부르기뇽 퐁뒤는 주사위 모양의 쇠고기를 긴 꼬챙이에 꽂아 끓는 샐러드 기름에 잠깐 담가 튀겨진 것을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고, 중국식 퐁뒤 역시 얇게 썬 고기를 끓는 수프에 넣었다가 먹는다. 모두 우리 입맛에 맞다.

치즈만큼 프랑스에서 풍부한 것은 해산물. 해물전문식당에 가면 싱싱한 생굴(위트르)이나 큰 가재, 삶은 홍합, 새우 등을 먹을 수 있다. 이것들을 한데 섞어 치즈와 후추, 카레 등으로 간을 맞춰 끓인 부야베스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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