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당초 오늘 뉴욕에서 한국·미국과 열 예정이던 4자회담 설명회를 돌연 내달 5일로 일방적으로 연기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하기야 지난 50여년간 보여 왔던 북한의 변덕스런 회담 행태에 비춰볼 때 뚜렷한 이유없는 연기 통보는 모종의 흥정을 기도하는 것임이 분명하다.북한이 우여곡절끝에 어렵게 동의한 설명회를 연기한 배경은 여러가지로 관측할 수 있다. 우선 지난주 평양에서 열렸던 미국의 카길사와 곡물 50만톤 수입과 관련,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로 구상 무역협상이 결렬된 데 불만, 미국정부에 압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정부로서는 당연히 민간회사의 상거래에 개입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북한은 이를 설명회 참석과 연계시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4자회담이 제기된 이래 미국으로부터 식량지원과 일부 무역제재 완화 등을 얻어낸데 이어 추가로 실리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되는 연기 이유는 대만의 핵폐기물 반입결정에 따른 한국측의 항의에 대한 일련의 대책마련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북한은 한국의 항의와 수입취소 요구는 주권침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한미 양국이 이를 강력히 제기할 경우 국제여론의 지탄을 받을 여지가 큰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설명회에 이어 본회담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납득이 안됐다는 미명아래 몇차례 설명회를 요구하거나 이어 예비회담주장으로 지연작전을 펴며 또 다시 식량지원 등을 손벌릴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 북한의 진짜 관심은 미국과의 준고위급 회담에 있다. 한국의 남북한 직접대화 요구를 외면 또는 최대한 늦추면서 미사일, 유해발굴, 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관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실리를 얻으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설명회는 결코 유쾌한 자리가 아니다. 4자회담은 북한이 엉뚱하게 내세우는 미국과 새로운 평화협정 체결 주장에 맞서 작년 4월16일 한미정상이 남북한이 주축이 되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를 모색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의한 것이다.
때문에 회담에 관해 설명이 필요없으며 취지에 동의한다면 실무협상을 거쳐 직접 4자회담을 열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제의한 지 이틀뒤 외교부 성명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힌뒤 쌀지원을 조건으로 참석을 굳힌뒤 다시 갖가지 이유를 들어 실리를 챙기려는 것이 속셈인 것이다.
여기서 북한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같은 곡예외교로는 파탄된 경제도, 극심한 식량난도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북한을 도울 나라는 한국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5일 열리는 설명회에서는 한반도 평화보장에 함께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하며 한국 정부는 우선 대만의 핵폐기물 반입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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