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미온대처땐 더 수렁” 정면돌파/대상자 등 대립전례 성과 미지수여야가 모두 한보그룹 부도사태의 베일을 벗기겠다며 「국회 국정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야당측의 국정조사권 발동요구에 대해 여당측이 27일 전격적으로 수용의사를 밝힘에 따라 15대국회 들어 두번째로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될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동시에 한보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야당이 국정조사권을 주장한 것은 흔한 일이지만 여당측이 재빠르게 국정조사 수용카드를 제시하며 정면돌파 전략을 구사한 것은 드문 일이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이날 상오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보사태를 해방후 최대의 권력형 부패사건으로 규정한다』며 『이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즉각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한국당도 이날 상오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임시국회를 소집, 야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권 발동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서청원 총무는 회의가 끝난 뒤 『검찰수사에 지장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얼마든지 한보사태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최대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관점에서 국정조사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김영삼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연일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노동법 파문과 겹쳐 향후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성역없는 조사」를 강조하함으로써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에도 사정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효과도 거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국정조사」가 결국 흐지부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15대국회의 경우 지난해 7월 15대총선부정에 대한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됐으나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위원 일부가 선관위의 선거비용중점 실사대상이 되면서 뚜렷한 활동없이 종료됐다. 14대국회에서도 「상무대 비리」(94년 4월) 「공직자 세금부정사건」(94년 12월) 모두 4건의 국조권발동이 있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이번에 국정조사가 발동되더라도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으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제 조사에 착수하기 위한 요건인 조사계획서 작성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조사계획서를 작성하는 국정조사위가 교섭단체 의석비율로 구성되기 때문에 조사대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정감사 및 조사는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된다」는 법 규정도 조사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실명제 관련법 등에 의해 국회가 금융거래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는데에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조만간 여야가 임시국회 소집과 국정조사권 발동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국정조사는 검찰수사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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