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일본 벳푸(별부) 한일정상회담에서 대만 핵폐기물 북한 이전문제에 대해 양국이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 문제는 이제 국제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게 되었다. 거듭 지적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한반도의 한쪽 부분을 방사능오염 위험앞에 방치할 수 없다.이 문제에 관한한 우리의 외교력에도 한계가 있는 줄은 잘 알고 있다. 유종하 외무장관은 『모든 외교역량을 동원해 대만 핵폐기물 북한반출을 막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보였다고 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경우외에도 이미 93년말부터 독일과 프랑스 등의 산업폐기물 수천 수만톤을 들여와 산간 오지 등에 매장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비록 해당국가들이 뒤늦게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가능한 무해 생활쓰레기라고 변명은 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예컨대 병원의 방사능 치료 폐기물도 생활쓰레기로 둔갑했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표부 폐쇄 등은 한번 냉정하게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국가간의 분쟁이 감정적인 차원에서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미 대만은 우리측의 대응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대만을 이성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대만을 잘 이해하고 또 그들이 신뢰할 수 있는 거물급 인사가 은밀히 나서는 특사 외교형식도 괜찮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대만과의 국교가 단절된 후 막후채널 유지에 신경쓰지 않았다. 결과적인 얘기인지는 모르나 우리 외교력의 단면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92년 8월 청천백일기를 내릴 때 「본토」와의 수교에만 들떴지 대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다자간기구를 통한 해결노력을 더 한층 기울여야 할 줄 안다. 국제기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대만에는 큰 외교적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AEA가 핵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규제하기 위해 성안중인 「방사능 폐기물관리에 관한 안전협정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돈 좀 있다고 핵쓰레기를 못 사는 나라에 돈을 미끼로 처리를 위임하는 것은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환경의식을 일깨우지는 못할망정 무지를 오히려 이기화하려는 몰염치한 환경식민주의를 저지하는데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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