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사태에 이어 폭발 전국을 강타한 한보사건에 대해 여당이 야권이 요구한 국정조사권 발동에 동의함으로써 국회가 진상규명에 나서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와 파업사태속에 온갖 의혹과 루머가 증폭되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터에 여당이 국정조사에 동의하고 또 김영삼 대통령이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할 것을 내각에 지시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사태진전이라 할 수 있다.이번 청와대와 여당이 사태규명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한 이유는 명백하다. 한보사태를 검찰수사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경우 그동안 여러가지 권력형 비리사건과 관련,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도 문제인데다가 가뜩이나 파업시국으로 사회가 동요하는데다 정부에 대한 불만과 의혹이 불거질 경우 나머지 임기중 국정수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 총재 등 야권이 김대통령의 책임론과 가족의 관련설까지 연루시키는 움직임을 보이자 문민정부의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정면대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갖가지 국정조사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것은 정부의 비협조와 정당간의 당략적인 이해 때문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실패 케이스는 94년 6월 소위 상무대건설비리 특조위와 96년 가을 15대국회 첫작품인 4·11총선 비리 조사특위다. 전자는 정부의 비협조로, 후자는 여야간 대립으로 무실화하고 만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보사건에 관한 진상규명 조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4가지 조건이 구비돼야 한다. 첫째는 한보사건의 모든 관련자 정태수 회장과 주거래 전현직 은행장과 간부들, 관계부처 인사들을 누구 든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청와대의 측근 및 주변인물들도 나오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한보건설에 이르기까지의 각종자료, 사업승인관계, 대출관련은행 관련자료, 정씨 등 한보측의 로비활동관계, 금융자료 등 모든 것을 특조위가 접수·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상무대특조위때는 각 은행 등이 실명제에 관한 긴급명령을 내세워 제출을 거부했지만 국회증언감정법은 다른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출케 되어 있는 만큼(2조) 당연히 제출돼야 한다. 셋째 특조위활동은 전국민적인 관심사이므로 국회에서 공개리에 청문회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끝으로 성공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여야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민앞에 약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마침 김대통령이 한점의 의혹도 없이 규명돼야 한다고 한 지시가 주목된다. 검찰 및 정부관계 기관과는 별도로 국회특조위는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승인 경위, 자본금 900억원으로도 4조억원을 대출받은 경위, 과연 은행장의 독단인가 아니면 측근실세들의 압력에 의한 것인가, 그리고 주변인사들의 관련 및 정치권에 대한 금품로비의 진부 등을 중점 규명해야 한다.
한보사건은 문민정부의 개혁실책과 도덕성 및 권위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정부는 진실규명을 통한 명예회복을 위해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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