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체육단체장 선거에서는 유난히 많은 잡음과 해프닝이 나오고 있다.축구에서는 초유의 경선으로 회장이 재선됐다. 레슬링의 대의원총회는 2곳에서 분산 개최될 뻔했고 테니스에서는 연간 10억원의 지원금을 약속한 현대할부금융의 정몽윤 회장을 마다하고 경기인 출신 인사를 재추대했다. 아마야구에서는 당초 내정됐던 그룹인사 대신 테니스협회에서 거절당한 정회장이 직접 취임했다.
이 단체들의 경우 재벌그룹 현대와 삼성이 관여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와 삼성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체육단체를 인수하고 있다. 현대는 축구 등 8개 단체, 삼성은 육상 배드민턴 등 5개 단체를 맡았다. 재계 1,2위를 다투는 양대 재벌의 체육단체 인수 레이스는 호기심과 함께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이들의 경쟁에서는 특별한 이유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 경쟁은 하고 있다. 최소한 탁구의 경우에는 명확하다. 현집행부의 주류는 현대를, 비주류에서는 삼성을 원한다.
단체장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2월말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선거. 이상한 규정개정과 함께 만들어진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의해 이미 김운용 현회장이 단독후보로 추대된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그룹과 친분이 있는 최만립 전 체육회부회장은 「체육회장 후보자 추천등록수리 금지 및 회장선임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해 일이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테니스협회를 맡겠다던 현대 정몽윤 회장이 뒤늦게 아마야구협회장에 취임한 것이나 현대측이 굳이 탁구협회를 인수하려는 것을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삼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그룹회장과 IOC의 실세인 김운용 회장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현대의 공세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현대, 삼성의 경쟁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체육단체 경영에 흥미를 잃고 일시에 손을 놓을 경우 무려 13개 단체가 순식간에 표류한다는 위기감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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