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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연구소 3년 조사 ‘민간의약’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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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연구소 3년 조사 ‘민간의약’ 펴내

입력
1997.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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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깜짝 놀랄 조상의 슬기/고대부터 내려온 질병치료법·약재 소개「감기에는 무즙을 내서 한컵씩 마시거나 들기름, 생강, 엿 등을 넣어 달여먹는다」 「변비에는 생계란에 조청을 저어 섞은 다음 하루에 두차례씩 먹는다」 「당뇨병에는 돼지 췌장탕이 좋다」. 이러한 민간요법은 현대인의 눈에 비위생적이거나 비과학적으로 비치지만 가벼운 질환은 물론 난치병까지도 씻은 듯이 낫게하는 신비한 약효를 지니기도 한다. 우리민족이 수천년동안 수많은 질병과 맞서 싸우는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지식과 지혜가 농축돼 있는 비방의 결과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동현) 예능민속연구실은 93년부터 3년동안 고대부터 전해내려오는 질병치료법과 약재제조법 등을 조사한 「민간의약」을 펴냈다. 한독의약박물관(관장 김쾌정)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이 책은 전국적인 규모의 조사를 거쳐 질환별로 사용한 약재와 의약기, 무속 등에서 쓰인 처방 뿐 아니라 질병관련속담과 수수께끼, 북한의 민간의료와 현황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감기, 설사, 화상 등 가벼운 질환은 민간약재로 간단히 고칠 수 있다. 특히 약물사용에 주의해야하는 임신부나 양약 알레르기증상이 있는 어린이들에게 민간요법은 부작용 없는 좋은 치료제다. 예를 들면 감기의 특효약은 무. 진해, 거담, 소화촉진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설사에는 곶감과 대추를 달여 먹으면 좋고, 화상은 생감자를 갈아 붙이면 빨리 낫는다.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처방이다.

하지만 전통민간약재와 처방중에는 현대의학에서 효험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도 있다. 간경화에는 익은 감을 사용한다는가 당뇨병환자가 누에똥을 먹는 등의 요법은 근원적인 치유에 도움이 되지않는다. 더욱이 무속에서 행해지던 치유법중에는 위험한 것도 있다. 「소화불량에는 돼지똥을 먹으면 좋다」 「매독은 개와 성관계를 맺으면 낫는다」 「장티푸스환자는 작은 칼로 환자의 신체를 찌르면 쾌유한다」는 등의 처방이 그러하다.

한의학이 발달한 북한의 민간의료법중에는 「치통에는 접시에 참기름을 바르고 그 위에 팥을 태우면서 그 연기를 귀에 대면 낫는다」든가 「신경통에는 검은고양이 내장고기가 좋다」는 등 독특한 처방이 눈길을 끈다.

이 책에는 약재를 가루내거나 즙을 내는 도구와 약을 끓이는 약탕기, 보관하는 약장기 등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가 컬러화보와 함께 실려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또 「관가 돼지 배앓는 격」(근심이 있어도 알아주는 이 없이 혼자 끙끙 앓음)이나 「배 먹고 이 닦기」(한가지 일로 두가지 이익을 봄) 등 조상들의 지혜와 재치가 번득이는 관련속담과 격언도 실어 책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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