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건설교통부 산하 어떤 공단의 이사장이 전격 교체됐다. 이 공단의 이사장은 차관급이고 이른바 고위직이다.기사 마감시간을 코앞에 둔 하오 3시50분께 차관이 갑자기 기자실에 들러 새 이사장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나눠주었다. 『공단의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내일(25일)자로 이사장을 교체한다』는 짤막한 배경설명이 있었다. 공단 분위기가 바뀌기 전에 기자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3년 임기제인 이 공단의 이사장은 아직 임기를 8개월여 남겨 놓은 상태였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임기제가 자연스럽게 지켜져왔기 때문이었다. 공단으로 연락을 했더니 이사장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무슨 얘기냐』는 반응이었다. 이사장은 지금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식의 추론은 명확할 수 밖에 없다. 현 이사장이 갑자기 물러날 이유가 생겼거나, 새 이사장이 갑자기 부임할 이유가 생겼거나, 문자 그대로 「분위기」를 확 바꿔버려야 할 이유가 생겼거나이다.
첫번째 이유의 결론은 최근 거론되고 있는 공직자 사정설과 닿는다. 이날 전 수자원공사 사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다. 두번째 이유의 결론은 최근 잦아지고 있는 「자리 나눠주기」를 연상케 한다. 하루 전에 이뤄진 영화진흥공사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세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이 공단 자체가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곳이어서 바꿀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분위기도 없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첫번째 이유와 두번째 이유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차관은 분위기 쇄신론만을 얘기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건교부 직원들은 말없이 엄지손가락만 치켜들거나 『임명권자의 뜻』이라는 속삭임만 남기고 있다.
25일 새 이사장이 부임한 공단의 「분위기」는 진짜로 확 바뀌었다. 임기를 못채운 전임 이사장이 속절없이 떠나고, 새 이사장이 까닭 모르게 부임했기 때문이다. 만일 내일이나 모레쯤 새로 부임한 이사장을 다시 내보내고, 또 다른 이사장을 전격 임명한다면 정부의 목표라는 「분위기 바꾸기」는 더욱 성공을 거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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