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참여 무리한 확장 저지” 제기포항제철과 한보철강간의 묘한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보철강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고 철강업계의 맏형격인 포철은 채권은행단으로부터 경영을 위탁받아 한보철강을 「정상인」으로 양육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포철 산하의 포스코경영연구소는 95년 「한보철강의 경쟁력과 중장기 경영전망에 관한 연구」라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한보철강의 부실화 가능성과 한보철강의 부실화가 철강산업에 미칠 충격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한보철강이 2000년까지 매년 5,000억∼6,000억원정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안게 돼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철강산업발전을 위해 포철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결론부문에서 『포철은 국민기업적 입장에서 필요할 경우 한보철강의 경영권 참여를 통한 협력으로 한보철강의 부실화를 막아 수급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적절한 설비증설로 한보의 무모한 설비확장을 저지, 철강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 책임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무모한 「확장벽」을 예견한 것이다.
당시 한보그룹은 『포철이 한보철강을 시샘하고 있다. 명백한 경영간섭 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강도높게 항의했다. 포철은 이에 대해 『연구보고서는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연구자 개인의 사견일뿐』이라고 밝혀 사태를 진화했다.
한보철강을 사실상 포철출신의 퇴직인력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포철이 94년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단행한 것과 때맞춰 한보철강이 이듬해 당진제철소 1단계 공사를 완료, 포철 퇴직인력이 대거 한보로 옮겨간 것이다. 현재 한보철강 부사장인 안정준 당진제철소장도 포철에서 잔뼈가 굵은 철강전문가이고 그밖의 현장관리 간부들 대부분이 포철 출신이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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