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디자이너를 야구경기의 투수와 비교하곤 한다. 투수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정확한 피칭을 해주면 그만큼 승산이 높아진다. 투수의 피칭이 난조를 보이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더 늦기 전에 투수를 교체한다. 투수는 그 어떤 포지션의 선수보다 비중이 크다.디자이너 역시 시즌별로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에 맞춰 정확한 피칭을 해주어야만 매출이라는 승률을 높일 수 있다. 흔들리는 피칭을 하면 장사는 말짱 「헛것」이 되고 만다. 감독이 투수를 잘 기용하듯 경영주가 디자이너를 잘 기용하면 속칭 「뜨는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디자이너들의 급여체계는 대부분 높은 연봉제로 되어 있다. 6∼7년의 실무경력을 가진 디자이너 연봉이 보통 4,000만∼5,000만원 정도다. 여기에 「뜬 브랜드」를 만들어낸 경력이 첨가되면 곱절이 되어 보통 7,000만∼8,000만원 정도가 된다. 외국의 그럴싸한 전문 패션교육기관에 유학을 다녀왔으면 금상첨화다. 파리에서 컬렉션 정도 연 적이 있다 하면 훌쩍 1억원을 넘어선다.
그런데도 국내 의류회사 경영자들은 쓸 만한 디자이너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스카우트 대상에 오르는 인물은 놀랍게도 2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래서 좀 이름이 났다 싶은 디자이너는 연봉도 높고 벌써 몇 차례 자리를 옮긴 화려한 경력을 지니기 마련이다. 이점에서도 디자이너는 투수와 비슷하다.
야구투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의 수많은 대학이나 전문학교가 배출한 디자이너 인력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 가서 무얼 하고 있는가. 뉴욕이나 파리 밀라노 도쿄 등에 있는 패션전문교육기관의 학생들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이다.
결론은 유능한 인력들이 그냥 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일에 대해 끈기와 실용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국내업계의 수용능력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피할 수 없다.
요즘 TV에서 「연어가 돌아올 때」라는 연속극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듯 유능한 인력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공간을 준비하여 이들을 수용하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 좀더 신경을 써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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