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5조원 대출 의문/강경 급선회·정 총회장 왜 타협 거부했나/2배이상 늘어난 건설비용도 수수께끼한보철강이 무려 5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남긴채 부도로 쓰러짐에 따라 정부와 은행들이 그동안 어떤 배경에서 이처럼 천문학적 금액의 부실대출을 계속해 왔는지에 대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보철강을 둘러싼 최대의 의문은 은행들이 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무모한 대출을 계속해왔느냐는 것이다. 한보철강의 부채총액은 은행 1조5천억, 제2금융권 3조6천억, 미상환사채 7천5백18억원 등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보철강의 부채는 지난해초만 해도 2조7천억원수준이었으나 한해 사이에 2조원이상이 늘어났다. 은행들은 한보철강이 부채에 허덕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막대한 추가대출을 해준 셈이다. 4개 채권은행의 대출액은 제일 1조원, 산업 7천5백억원, 조흥 5천억원, 외환 4천5백억원 등인데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나 시설자금 지원 전담은행인 산업은행이 아닌 조흥·외환은행까지 끼여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관계자들은 『이렇게 무모한 대출을 은행들이 자체 결정으로 했겠느냐』며 외부개입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 금융가에서는 그동안 정치권에 한보의 뒤를 봐주는 후원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최종부도에 이르기까지 채권은행단의 한보철강 처리과정도 의문투성이다. 제일은행 등 채권은행단들은 최근까지도 『한보철강 완공때까지는 자금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오다 23일이후 갑자기 「부도불사」라는 강경방침으로 선회했다. 금융가에서는 이때문에 한보문제가 대선을 앞둔 현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처리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경영권 포기를 거부,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자초한 것 역시 미스터리다. 정총회장은 부도처리전 정부와 채권은행들로부터 『경영권을 포기하면 「눈물값」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금융권에선 『정총회장이 막판까지 타협을 거부한 것은 무언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를 밝히는게 이번 한보사태의 의문을 푸는 결정적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한보철강이 세계 5위규모의 거대한 당진제철소 사업권을 허가받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한보는 91년 수서사건으로 그룹경영에 일대 위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정부들어서 제철소건설과 관련한 무수한 난관을 일사천리로 돌파하며 제철소 건설을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장기저리의 정책금융도 쉽게 받아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초 2조7천억원으로 알려졌던 당진제철소 건설비용이 갑자기 5조7천억원으로 두배이상 늘어난 과정도 풀어야할 수수께끼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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