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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 그늘 못벗는 엘리아 카잔(할리우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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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 그늘 못벗는 엘리아 카잔(할리우드통신)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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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등 연출불구 좌익동료 고발 오명/‘생애업적상’ 번번이 후보 탈락「워터프론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에덴의 동쪽」같은 명작을 감독한 엘리아 카잔(87)이 영화계 최대 영광인 미국영화협회(AFI)가 주는 생애업적상 수상후보에서 올해도 탈락했다. 오스카상을 두번이나 탄 카잔이 AFI는 물론 LA를 비롯한 각종 영화비평가협회와 아카데미가 주는 생애업적상 수상 후보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까닭은 그가 고발자였기 때문.

카잔은 미국의 공산당 때려잡기운동인 매카시즘이 기세를 떨치던 52년 의회청문회에 출두해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동료영화인 8명의 이름을 폭로했다.

이들 8명을 포함해 공산당으로 낙인 찍힌 영화인들은 그후 블랙리스트에 올라 외국으로 떠나거나 가명으로 활동해야 했다. 「스팔타커스」의 각본을 가명으로 쓴 달론 트럼보가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 당시 동료들의 이름을 공개한 사람들은 카잔 외에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리 제이콥, 로버트 테일러 등 여러명.

기회주의자로 동료의 사체를 밟고 성공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카잔은 이번 탈락에 대해 『상을 받을만큼 받아 더 이상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50년대와 60년대 걸작들을 양산하며 스필버그와 스콜세즈 같은 감독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 카잔이 계속 상을 받지 못하자 일부 영화인들은 『그의 업적을 봐야지, 개인 행동을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아내를 형편없이 대한 오손 웰스와 조 휴스턴, 여성혐오자였던 알프레드 히치콕, 성질이 고약했던 데이비드 린 같은 사람들에게는 온갖 상을 줬으면서 카잔에게 업적상을 거부하는 것은 할리우드의 위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그에게 상을 주는 것은 중요한 도덕적 문제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카잔은 동료고발에 대한 자기 변호로 「워터프론트」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 영화에서 부두 노동자로 나와 부패한 노조원들을 고발하는 말론 브란도가 카잔의 변신이라는 해석이다.<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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