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반낙태 시위가 또다시 거세게 불붙고 있다. 낙태 합법화 24주년을 맞은 22일 수만명의 낙태 반대자가 워싱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한편 최근들어 낙태시술소에 연쇄 폭탄테러가 자행되고 있다.『낙태 즉각 중지』 『올바른 선택은 생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워싱턴 기념탑부터 대법원 청사까지 행진한 낙태반대자들의 이날 시위는 90년대 들어 최대규모. 여론조사 결과 낙태에 반대하는 미국인은 전체인구중 33%(찬성 56%)에 불과하지만 일부 시위자들의 투쟁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틀랜타와 털사의 낙태병원에서 잇달아 발생한 폭탄사건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전국낙태연맹에 따르면 77년부터 94년까지 미국내 낙태 시술소를 겨냥한 폭력사건은 1,700건. 지난해에는 무려 900개의 병원 및 시술소가 폭파 방화 살해 위협 등에 시달린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인지 미국내 낙태 수술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정부집계에 따르면 미국내 낙태건수는 91년 이후 감소, 93∼94년에만도 4.3%가 떨어졌다. 낙태수술을 하는 병원도 45개주에서 줄어들고 있으며 낙태반대 위협을 받는 일부 의사들은 낙태시술법을 아예 가르치려하지 않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낙태 반대시위는 미국의 점증하는 보수회귀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근래들어 부쩍 위세를 떨치고 있는 기독교 연맹 등 종교색 짙은 사회 단체들은 낙태 반대여론을 부추기며 정치권에 대해 부단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한해만 미국 37개주에서 220건의 중절금지 법안이 제출됐으며 12개주에선 이미 낙태 제한규정이 마련됐다. 공화당 상원이 21일 임신말기 쌍둥이중 하나만을 낙태시키는 「부분낙태」시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105회 의회에 재상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물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한 낙태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만만치않다. 낙태 반대시위가 벌어질때마다 「맞불 시위」로 대립하는 이들은 『낙태 제한이 곧 여성의 선택권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성 단체들은 공화당 우위의 의회가 낙태 제한규정을 강화할 경우 선거에서 「표의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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