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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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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연극평)

입력
1997.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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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의불구 구성엔 아쉬움「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소설로서, 명실공히 세계적 명작이자 불후의 대작이다. 그러므로 많은 연극인들이 각색 공연을 원한다. 물론 그 중에는 지명도만을 이용하려는 불순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원작의 전율과 감동이 무대를 통해 한층 직접적이고 강렬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리라.

사실 인간과 신, 죄와 구원, 실존과 본질 등 대단히 심각한 주제이지만 그 과정은 다분히 연극적이다. 즉 탐욕의 화신인 아버지와 무분별한 장남이 돈과 여자 때문에 벌이는 갈등, 부친의 피살, 살해범으로 지목된 장남에 대한 재판, 하인으로 성장한 이복동생의 존재와 드러난 그의 치밀한 복수극, 그의 자살등 일련의 행동에 사상적 토대를 제공한 차남의 실성등은 하나같이 연극의 소재가 되기에 적당하다.

극단 「신화」가 바로 이 작품을 김태수 각색, 김영수 연출로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이다. 두 사람은 이미 여러차례 작가와 연출가로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30여명의 배우와 3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대형 무대장치와 화려한 의상 등을 볼 때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를 오가며 자문을 구하고 그 나라 무대 미술가의 감수를 받는 등 준비과정에서도 대단한 성의를 보였다.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이렇듯 용기있는 젊은 극단이 성의있게 준비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 큰 용기와 성의로도 우리 연극의 고질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었다.

즉 우선 각색에 있어 어느 정도 양적인 압축은 이뤄냈지만 구성상으로는 원작에 눌리며 좇아가기 바빴고 따라서 우리의 각색공연이 늘 그렇듯 피곤할 정도로 장면전환이 잦았다. 또 연출은 정통 사실주의를 추구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차남 역의 김규철과 하인이자 이복형제인 스메르자코프 역의 박지일이 벌이는 장면이 다소 극적일 뿐, 아버지 역의 윤주상과 장남 역의 김학철 등의 외화 더빙투의 대사는 극의 사실성을 심하게 훼손했다. 정경순 역시 부자간의 갈등 원인이 되는 집시 여인의 변화무쌍한 성격을 충분히 소화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최근 우리 연극은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극작과 연기에 있어 그에 부응할만한 성장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과 인원을 투자해도 수준높은 연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오세곤 연극평론가 가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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