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큰 시각차 진통 불가피할듯/무효화 단호거부 더 경색소지도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 등 여야 영수와 이홍구 신한국당대표가 참석한 21일 청와대 회담을 기점으로 국회가 다시 한번 정국의 중심에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날 김대통령과 3당 총재 대표들이 노동관계법 재개정을 포함한 모든 정국 현안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데 의견접근을 봄에 따라 국회를 대화창구로 하는 정상적 여야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안기부법의 재개정도 논의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치권의 역할과 입지는 한결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와함께 파업주동자에 대한 사전영장 집행이 유예된 노동계도 정치권의 논의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맞서온 노정관계 역시 대치국면에서 벗어나 소강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김대통령과 여야대표들은 이날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없이 「국회에서 논의키로 한다」는 포괄적 원칙만 확인했기 때문에 정국이 순항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노동관계법의 경우 ▲정리해고제 ▲복수노조 ▲변형근로제 등 핵심 쟁점마다 여야의 시각 차가 워낙 크다. 또 안기부법의 개정필요성에 대해서도 여야는 근본적으로 인식을 달리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합의재개정이 난망하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김대통령이 야권의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무효화 주장을 단호히 거부함에 따라 정국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무효화를 전제로 한 재심의는 헌법위배사항이므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강공이 계속될 경우 국회소집 자체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이며 국회가 열리더라도 당분간 공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결과에 대한 야권의 평가가 비교적 냉정한 것은 야권이 일단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대여투쟁의 강도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론의 흐름이 대화쪽으로 돌아 설 경우 야권도 국회 정상화로 물꼬를 잡아나갈 공산이 크다.
청와대내에서는 김대통령이 전격적인 영수회담 수용에 이어 안기부법 재개정 논의와 사전영장 집행유예 등 예상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파업정국 수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김대통령이 야권의 무효화 주장을 「헌법의 논리」로 일축한 것은 헌법의 상징성을 내세워 더 이상 양보할 것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는 분석이다. 「배수의 진」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노동관계법 개정시 애매모호했던 야권의 태도를 잘 알고 있다』며 『김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국회 재개정 논의를 통해 야권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야권도 무조건 반대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제시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1청와대 영수회담」을 통해 김대통령은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겸허한 태도를, 두 야당총재는 국가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대체적적인 평가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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