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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식 파업/박미영 이스라엘교육문화원장(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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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식 파업/박미영 이스라엘교육문화원장(1000자 춘추)

입력
1997.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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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이스라엘 교육기관 견학을 다녀왔다. 파업이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때가 때인지라 서울의 파업소식은 예루살렘에서도, 도중에 들렀던 런던과 로마에서도 TV뉴스의 앞부분을 차지했다.그곳의 TV화면은 예외없이 최루탄을 쏘거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극한 대결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한국은 꼭 전쟁하는 것 같던데요』 예루살렘에서 만난 한 유치원 교사의 물음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전쟁 중에 당신은 여행이나 하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때 『평소보다 크게 파업을 하는 것 뿐』이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교사는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왜 파업을 전쟁하듯이 하나요』 공권력이 나서서 최루탄으로 파업을 막고 시위대가 극렬저항하는 한국적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학기 초마다 교원노조의 파업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임금이나 복지수준을 놓고 정부와 실랑이를 벌인다. 정부와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때는 몇시간씩 부분파업을 펼치는 것이 예사다.

재미있는 것은 교사파업을 대하는 이스라엘 언론과 부모들의 태도다. 『오늘은 교원노조가 상오 8시부터 10시까지 파업에 들어갑니다. 학생들을 상오에는 학교에 보내지 마십시오』 아침방송은 이런 식의 담담한 안내방송을 내보낸 뒤 파업의 쟁점이 무엇인가를 보도한다. 대체로 그것으로 끝이다. 「공권력이 곧 동원될 것」이라는 등의 한국적인 후속보도는 없다.

부모들도 파업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학교에 못가게 된 아이를 앉혀 놓고 「선생님들이 왜 파업을 벌이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이스라엘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학교로 몰려가서 『파업을 그만두고 수업하라』고 시위한다면 몰상식한 일이다. 말하자면 사회 전체가 파업을 노조의 자연스러운 의견표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파업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이스라엘 뿐아니라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는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파업문화를 이룰 때가 되지 않았을까. 부모들이 먼저 파업-공권력 투입-충돌과 최루탄 사용 등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현실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임을 아이들에게 깨우쳐 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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