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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식별번호를 알려라”/국제전화­001 VS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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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식별번호를 알려라”/국제전화­001 VS 002

입력
1997.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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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011 VS 017/삐삐­012 VS 015/사업자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용자들 번호사용은 습관적/값차별·부가서비스 등 내세운 번호 광고전이 불붙었다『번호가 생명이다』

통신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통신사업자들 사이에 식별번호 알리기 전쟁이 불붙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데이콤 사옥을 보면 「데이콤」이라는 사명보다 「시외전화 082」 「국제전화 002」라는 옥외광고물이 눈에 먼저 들어 온다.

통신사업자들에 있어서 식별번호는 사운을 좌우하는 최우선 상품이어서 좋은 번호를 따내고 이를 알리는데 매달릴 수 밖에 없다.

국제전화는 「001」(한국통신)과 「002」(데이콤), 휴대폰은 「011」(한국이동통신)과 「017」(신세기통신), 무선호출기는 「012」(한국이동통신)와 「015」(지역사업자), 시외전화는 바로 지역번호부터 누르면 되는 한국통신과 「082」를 먼저 눌러야 하는 데이콤간의 맞대결 양상이다.

국제전화 번호알리기 전쟁은 한국통신보다는 후발업자인 데이콤이 보다 공세적일 수 밖에 없다. 데이콤은 국제전화서비스를 시작한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국제전화는 우선 「001」부터 눌러야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곤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통신은 느긋한 편이다.

데이콤은 최근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꿈꾸는 폴란드 유학생을 모델로 내세워 모자간의 뗄 수 없는 사랑을 주제로 한 「002」알리기 TV광고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통신은 신성일 이주일 하청일 곽영일씨 등을 내세워 「일일 일자로 끝나는 말은…」이라는 광고로 「빠르게 잘 걸리는 국제전화 001」을 선전하고 있다.

10월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온세통신은 국제전화 식별번호로 「008」을 받아 놓았으나 아직 정보통신부의 공식발표가 없어 적극적인 광고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008 알리기 전략수립에 이미 착수했다. 후발사업자여서 번호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화번호 숫자판의 0위에 바로 8이 있어 누르기 쉽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시외전화에서도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맞수다. 그러나 한국통신에 비해 지역번호 앞에 덤으로 「082」를 눌러야 하는 데이콤측의 번호 알리기가 더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데이콤은 「082」를 누르면 요금이 10%가 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편을 희석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손자 손녀 등 온가족이 모여 멀리 있는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는 내용의 광고에서는 지난해 「애인 신드롬」을 몰고 왔던 탤런트 유동근의 지휘에 따라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가 빠르게 흘러 나온다. 그러나 「082로 걸면…」에 이어서는 정상적인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로 바뀐다. 데이콤을 이용하면 시외전화료가 한국통신에 비해 싸 말을 빨리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하려는 전략이다.

휴대폰 식별번호인 「011」(한국이동통신)과 「017」(신세기통신)의 번호알리기 대결도 볼만하다. 「011」은 인기탤런트 채시라와 권용운을 내세워 범죄현장에 접근하거나 졸고 있는 사자옆을 지나치는 순간 휴대폰이 울리는 곤란한 상황을 설정,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011」을 각인시킨다.

신세기 통신의 「017」전략은 「011」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깨는데 주력하고 있다. 프로축구 「포항 아톰즈」의 17번 선수인 박태하가 경기에서 통쾌한 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내보내며 「잘 걸린다」를 강조한다. 신세기통신은 「017」을 알리기 위한 광고나 이벤트행사도 대부분 17일에 집중시키고 있다.

무선호출망 「012」(한국이동통신)와 「015」(서울이동통신 및 나래이동통신)의 싸움은 젊은층은 「015」, 중장년층은 「012」라는 식으로 시장분할이 이뤄져 이제는 부가서비스 경쟁으로 바뀌었다.

데이콤의 두원수 팀장은 『이용자들은 습관적으로 번호를 누르는 경향이 있어 번호는 회사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며 『최근에는 사업자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어 번호 알리기가 한결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전화번호가 좋아야 사업도 번창/부동산 4989/야채 5245/선거후보 6485/중매 2242/외우기 쉽고 업종이미지 맞게

전화번호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우선은 쉽게 욀 수 있는 번호면 좋고 숫자의 발음이 업종의 이미지에 맞는 것이면 더할 나위 없다. 통신사업자들은 식별번호가 짧을 수록 사업전망이 밝아진다.

부동산 중개업소 「4989」, 이삿짐센터 「2424」, 구이집 「9292」, 기차역 「7788」 등은 업종 이미지와 번호숫자 발음이 어울리는 고전적인 예다.

최근에도 「0482」(공사빨리·설계사무소) 「2242」(둘둘사이·중매업소) 「9191」(구원구원·교회) 「6485」(역사바로·선거후보 사무실) 「8585」(바로바로·자동차 서비스센터) 「8255」(빨리오오·자동차수리 이동서비스) 「7942」(친구사이·동성애자 모임) 「5245」(오이사오·야채가게)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4744」(사철내내) 「5479」(오내친구) 등도 각광받는 번호다.

좋은 번호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관심에 편승, 전화번호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작명업소도 생겨나 짭잘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한 전화국이 고객에게 좋은 번호를 배정하면서 대가로 공중전화카드 수백장을 구입토록 하는 등 번호 경쟁에 따른 부조리도 빚어졌다.

한편으로 전화기가 다이얼식에서 버튼식으로 바뀌면서 숫자판의 배치를 고려한 번호들도 좋은 번호로 부상했다. 숫자판의 가운데 줄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2580」, 다이아몬드 형태의 「2486」이나 「5709」, 정사각형 형태의 「1793」 등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모양으로 쉽게 연상해 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001, 002 등의 식별번호에서는 007영화를 연상시키는 「007」이 가장 인기가 높은 반면 「004」는 죽을 사자 발음이어서 통신사업자들이 모두 기피하고 있다.

전화번호 자릿수가 많은 것도 경쟁에서는 치명적이다. 데이콤의 시외전화는 요금이 10% 정도 싼데도 불구하고 지역번호에 앞서 「082」를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하다. 「082」는 지난해 총매출액이 1,700억원에 지나지 않아 시장점유율 8.3%에 그쳤다.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점유율이 15∼20%는 돼야 성공이라 할 수 있는데 번호가 길어 불리한 입장』이라고 밝혔다.<조재우 기자>

◎‘지역번호 광역화’ 활발한 논의/현재 무려 144개 달해 번호자원부족 부채질/변경비용 많이 들고 “통화료 인상” 반론도

시외전화를 할 때 국번과 사용자 번호에 앞서 눌러야 하는 지역 식별번호의 광역화 논의가 활발하다. 지역식별번호가 무려 144개에 이르러 번호자원 부족을 부채질하는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통신기술 개발과 서비스 다양화에 따른 여유번호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번호 광역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지역번호를 특별시 광역시 도단위로 나눠 모두 15개로 광역화하는 계획을 수립, 통신개발연구원에 지역구분 범위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둔 상태다. 따라서 조만간 지역번호의 광역화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통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번호자원 확보차원 외에도 지역번호 광역화의 필요성은 또 있다. 시·군지역의 생활권이 주변 대도시를 중심으로 통합됨에 따라 각도 시외통화량의 30∼54%가 도내통화다. 따라서 이용자 대다수는 인접 시·군에 전화를 걸 때도 2∼4자리의 지역 식별번호를 눌러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지역번호 2∼4자리, 국번과 사용자 번호 5∼8자리를 혼용함으로써 번호처리 효율이나 접속률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역번호를 광역화하면 비효율적 번호구조를 체계화할 수 있는데다 지역번호가 간단해져 이용자들이 지역번호를 외기 쉽고 전체적으로 자릿수가 주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번호 광역화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번호체계 개선에 지역번호 광역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지역번호 및 국번호 변경에 따른 이용자 불편과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번호변경 안내를 위한 추가비용 등이 소요돼 막다른 골목에 몰릴 때나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또 도단위로 단일통화권이 형성되면 현재의 시내·시외전화 요금체계가 불명확해져 민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도단위로 단일 요금을 적용할 경우 평균통화료가 올라가 결국 전화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통신개발연구원 염용섭 박사는 『번호자원 확보를 위해 지역번호 광역화는 시급하다』며 『그러나 편의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한번 정한 번호체계는 최소 30년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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