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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도의 위기 막자/최상용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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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도의 위기 막자/최상용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화요세평)

입력
1997.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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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모두가 국가경제 회생위해 조금씩 참고 대화에 나서야할 때우리는 지금 노동법 파동으로 위험수위의 국민적 손실을 보면서도 아직 대치국면을 풀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 노동계 지식인의 주의 주장을 경청해 보면 저마다 일리가 있지만 그 어느 세력의 요구도 나라의 파국을 불사할 만큼의 정당성은 없다. 우리는 과연 갈데까지 가서야 정신 차리는 국민 수준밖에 되지 않은가?

우선 정부의 기습처리 방법은 잘못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의 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변칙처리를 하면서 노동자의 파업사태를 예기치 못했다면 단견이요, 예상하고도 감행했다면 무모하기 짝이 없다. 민주정치란 국민적 합의, 즉 일반의지를 실현하는 것이며 그 일반의지는 현실적으로 다수결의 정치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수결원칙이 다수의 횡포가 되면 일반의지의 반역을 자초하고 만다. 민주주의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야당의 국회의장실 점거나 그것을 기습처리로 돌파한 것은 모두가 구태의연한 작태이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새정치국민회의는 개정 노동법에 대한 전면 반대도 아니며, 자민련도 노동운동의 옹호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있다.

노동자들도 그들의 주장을 위해 처음부터 총파업을 작정했던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조금 더 인내하면서 노동법의 내용을 설명하고 대타협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평균적인 국민도 노동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관심보다 기습처리에 대한 불만을 크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정치에 필요한 것은 투쟁이 아니라 조정이요 대결이 아니라 대화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밀어붙이기로 효율을 증대할 때도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시대에는 밀어붙이기가 오히려 반대세력의 저항을 극대화하게 된다.

이번 개정 노동법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총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

복수노조 유예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재검토되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노동계의 노동법 백지화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정부만이 아니라 국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외국의 비판은 경청할 필요가 있으나 그것 때문에 국가나 정부의 중심축이 무너져서는 안될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은 다행이지만 집권여당은 TV공개토론에도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 야당도 확실한 대안과 비판의 논리를 준비하여 국민 앞에 나서고 노동계는 경제적 파탄을 무릅쓰고라도 파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국민 가운데 이번 노동법의 내용을 알고 찬반을 분명히 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대다수의 국민은 정부의 변칙처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뿐이며 노동계의 총파업 자체에 전면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은 노 사 정 모든 주체가 국민적 이익의 관점에서 조금씩 참고 우선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정부의 밀어붙이기, 사용자의 독주, 노동계의 장기파업, 야당의 장외투쟁, 지식인의 저항, 여기에 중산층마저 움직인다면 우리 국민과 국가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사려와 대화 권유에 지지를 보낸다. 일단 공도의 위기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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