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허풍으로 일상에 보내는 냉소작가 성석제(37)씨가 또 한번 그의 「게릴라적 글쓰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소설집 「재미나는 인생」(강간)을 내놓았다. 형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제목처럼 재미나는 책이다.
「성석제 소설」이란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런 글도 소설이냐』고 의아해 할 독자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원고지 10장 내외의 엽편소설이 많고, 1장을 조금 넘는 「몰두」 같은 글도 있다.
「개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있다. 미친 듯이 제 몸을 긁어대는 개를 붙잡아서 털 속을 헤쳐보라. 진드기는 머리를 개의 연한 살에 박고 피를 빨아먹고 산다. 머리와 가슴이 붙어있는데 어디까지가 배인지 꼬리인지도 분명치 않다. 수컷의 몸길이는 2.5밀리미터, 암컷은 7.5밀리미터쯤으로 핀셋으로 살살 집어내지 않으면 몸이 끊어져버린다. 한번 박은 진드기의 머리는 돌아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 들다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라고 부르려 한다」(「몰두」전문)
지독하다 할 정도의 유머와 허풍으로 우리의 일상을 냉소하고 풍자하는 그의 작업은 이미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94년)로 정평을 얻은 바. 새 소설집에는 작가가 「문예지를 포함한 거의 모든 종류의 문자매체」에 발표했던 이러한 글들 40여편이 묶였다.
성씨는 『이 모든 글을 「소설」로 생각하고 썼다』고 말한다. 자칫 그 형식의 가벼움으로 내용이 증발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기우도 생기지만 그렇지 않다. 작가는 언제나 현실을 보는 「시선의 진지함」을 결코 거두지도, 잃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의식적인 「낯설게 쓰기」의 모험이 글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그의 유머는 늘 우리로 하여금 자못 비감함을 되씹게 하는 것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