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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떨치기 힘든 존재의 무거움(자화상 기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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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떨치기 힘든 존재의 무거움(자화상 기행:3)

입력
1997.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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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 들어 우리에게 외국의 여성 미술가 두 사람이 다가왔다. 로댕의 정부 정도로만 알려졌다가 재평가된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1864∼1943)과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민족문화운동 시대의 이름난 거장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명성에 묻혀 있다가 되살아났다. 둘 다 여권 논의(페미니즘)가 드높아지면서 부활했지만, 프리다의 경우는 미국에 불어 닥친 소수민족문화 존중 태도의 표면화로 더욱 힘있게 살아났다. 평전, 특히 프랑스 태생의 이름난 문학가 르 클레지오 평전의 우리말판이 나오면서 그는 전 세계적인 인기에 이어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아쉽게도 영화 상영과 전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프리다는 수많은 자화상을 그려 우리 세기에서는 드물게 자기 탐구의 열정을 보인 작가이다. 특이하고 강렬한 매력을 주는 자화상들 중에서 「두사람의 프리다」는 더욱 독특하다.

얼핏 보아도 두 인물은 입은 옷이 다를 뿐 같은 사람이다. 심상치 않은 점은 심장이 바깥에 나와있고, 냉담한 표정의 두 사람은 핏줄로 이어져 있으며 한 쪽에는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폭풍에 찢어진 구름이 덮인 하늘 배경은 혼란과 착잡한 분위기를 준다.

오른쪽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은 멕시코의 전통의상으로 한 손에는 남자 아이의 매우 작은 초상사진이 들려 있다(사후에 유물로 확인된 바로는 남편 리베라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그 자신이 쓴 기록에 의하면 이 인물은 바로 리베라가 사랑했던 자신이다.

왼쪽의 인물은 리베라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자신이라고 한다. 빅토리아풍의 결혼예복 같은 흰 옷을 입은 채 한 쪽 손에 들려진 가위로 핏줄이 잘라져 피가 치마폭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다. 자세히 보면 치마단의 꽃무늬에도 핏자국이 숨겨져 있다. 이 충격적인 이미지는 어떤 연유에서 나온 것일까? 프리다 칼로는 이 그림을 그리기 직전, 13년의 결혼생활 중 특히 마지막 3년간 남편 리베라와의 불화를 견디다 못해 먼저 제의, 이혼했다.

이 그림은 분명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나타낸 것이다. 현대 문화사에서도 이름난 이들의 만남과 생활은 갖가지 화제를 뿌리며 멕시코를 넘어 미국과 프랑스에까지 널리 알려졌었다. 이들은 다시 결합했으나, 이혼의 사유가 되었던 리베라의 대책없는 바람기는 여전했다.

어린 시절의 소아마비에 이어 꿈많던 처녀시절 끔찍한 교통사고로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생애의 많은 시간을 침대와 바퀴의자에 의존하는 생활을 보낸 칼로의 휘황하고도 고뇌에 찬 인생. 삶의 의지를 나타낸 자화상을 비롯한 많은 그의 그림들은 여성의 내면과 삶을 처음으로 내밀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드러낸 「리본에 싸인 폭탄」(초현실주의의 창시자 앙드레 부르통의 표현)이다.<최석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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