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주째 끌어오고 있는 노동관계법 개정안 변칙통과 파동이 힘의 대결에서 대화에 의한 타협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정부, 여·야당, 노조 등은 상호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타협점을 찾아 국정을 정상화시켜야겠다.새해 벽두부터 나라안을 뒤흔들고 있는 이 파동을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물론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요 여당의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이다. 이러한 김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보였던 강경한 자세를 크게 누그러뜨리는 듯한 시사를 주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김대통령이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지도자들을 초치, 노동법 파동문제 타개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포용력을 발휘해 대화로써 시국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요청에 『충분히 생각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수습방안은 지난달 26일 전격 통과되기 직전의 정부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에서 복수노조의 실시를 상급단체 3년, 사업장 5년간 유예키로 한 것을 상급단체의 경우 유예기간을 없애고 바로 실시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복수 노조문제는 이미 뜨거운 쟁점이 됐다. 오는 대선운동중에는 여·야의 어느 후보든 개정법의 유예 3년을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물론 재계의 압력을 받겠지마는 노조의 몰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이처럼 정치적으로도 차기 정권이 지킬 가능성이 희박한 상급 노동기관의 복수 노조 3년유예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에는 대가가 너무 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으로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레임 덕」(권력누수)현상의 조기화다. 그러나 국민의 다수가 원한다면 시정의 결단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대통령의 위상저하를 막는 길이라고 본다.
한편 민주노총등 노조도 투쟁수위를 낮춰 그동안 진행해온 총파업을 매주 수요일 파업으로 대체하고 평일에는 정상조업으로 복귀키로 한 것은 투쟁의 전술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 해도 일단 바람직하다 하겠다.
민주노총측도 강경일변도에 의한 정부와의 정면충돌 유발보다는 대화에 의한 타결이 조직의 생존이나 활성화에 유익한 것인 만큼 항복이나 다름없는 노동법 개정안의 무효선언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개정안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국민회의·자민련 등 야당은 대안을 제시, 정책 대결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거리의 투쟁보다는 수권 야당으로서의 이미지 개선에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일부 종교·사회단체와 대학의 학생·교수들 사이에 이번 노동법·안기부법의 날치기 통과 문제를 정권퇴진의 문제로까지 끌고가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과잉반응이 아닌가 한다. 여당 단독의 날치기 통과는 수용될 수 없는 것이고 노동법 개정안과 안기부법 개정안 내용에도 불합리한 점이 있으나 그것들이 적법하게 집권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할만큼 헌정질서의 파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탄핵적 사안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대화에 의한 타결에는 거기에 유리한 환경조성도 필요하다.
사용자들도 복수노조의 도입을 무조건 반대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리해고제, 명퇴해고제 등 숙원과제를 얻었으면 복수노조제는 수용해야 한다. 3년간의 유예가 큰 차이를 만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 산업평화를 정착시키자면 사용자들도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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