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연대기’ 등 숱한 화제작 발표극단 연우무대 식구들에게 97년은 그 어느 해보다 각별하다. 올해로 창단 스무돌을 맞아 어엿한 「성년」이 됐다. 「성인식」도 푸짐하다. 창단 기념 심포지엄 「연우 20년과 창작극의 현주소」, 「신예작가 시리즈」, 「화제작 시리즈」, 「연우약사」 발간 등 다양한 기념행사와 공연이 2월부터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시작은 미미했다. 77년 2월, 직장인, 학생 등 아마추어 연극인들이 연극 공부를 위해 만든 「목요모임」이 씨앗이 되었다. 모임이 회를 거듭하면서 아예 극단을 꾸리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해 8월 극단 「연우」 창립총회를 가짐으로써 결실을 보았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극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창립공연 「아침에는 늘 혼자예요」를 시작으로, 「한씨연대기」(86년 제2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칠수와 만수」(87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 「한국현대연극의 재발견」 시리즈, 「날 보러와요」(96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제 20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등)에 이르기까지 항상 반발짝쯤 앞서는 기획 및 공연으로 한국 연극, 특히 창작극의 발전에 끼친 연우무대의 공헌은 지대한 것이었다.
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정한룡씨는 그러나 『연우 20년이 박수갈채와 찬사로만 채워질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제반 사회·문화적 변화들에 대해 나름의 색깔과 발언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20주년을 새로운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쓰러지는 극단이 수두룩한 연극계의 엄혹한 현실에서, 연우무대 창단 스무돌은 비단 그 식구들뿐만 아니라 연극인 모두의 경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창단 40주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연우무대가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높고, 험하다.<황동일 기자>황동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