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가) 이처럼 빨리 시행될 수 있을 줄 알았으면 명예퇴직을 안시켰을 걸…』(사용자), 『그럴줄 알았으면 명퇴나 신청할 걸…』(노동자). 사용자는 안줘도 됐을 거액의 명예퇴직금이 아까워 노동법통과를 미리 감지못했다고 애꿎은 간부들에게 호통을 쳤고, 언제 불어닥칠지 모를 실직의 불안을 느낀 노동자는 모처럼 목돈만질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던가. 지난해 연말 정부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노동법과 관련, 요즘 샐러리맨들 사이에 회자되는 자조의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15일 새벽 1시30분께 서울 성북구 H그룹의 회장 집 앞에서는 자회사인 H전자 중견간부 10여명이 『유명무실한 부서로 배치한 것은 사실상의 퇴사압력』이라며 퇴직금이 더 많은 명예퇴직을 적용해달라고 농성했다고 연합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개정된 노동법에 대한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을 극명하게 반영한 것이다.한 해를 설계하고 희망에 부풀어야 할 새해 벽두부터 전국이 파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누구도 해결하려고 나서지도 않는다. 새 노동법의 국회통과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대다수 국민은 생각한다.
대도무문. 김대통령이 즐겨 쓰는 휘호이다. 대통령이 개신교신자인지라 이 말이 성경에서 나온줄 오해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은 불교의 법어이다. 중국 송나라의 혜개선사의 법어집 「무문관」의 서문에 「대도무문 천차유로」라는 말이 나온다. 깨달음에는 왕도가 없다는 뜻이다. 깨달음, 즉 진리의 길에 이르기 위해서는 「나만이 옳다」는 독선과 아집은 금물이며, 진리의 자리는 곧 대중의 의사가 통합된 곳에 있음을 말해준다. 강산이 수없이 바뀌었어도 이 법어가 전해주는 감로수같은 뜻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국민의 외침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댄다면 사태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럴때 국민은 자발적으로, 그리고 진정으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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